절대 강자 없는 로봇 전쟁…한국이 승자가 되려면
미국, 중국, 일본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한국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피지컬 AI와 생태계 구축에서 격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절대 강자 없는 로봇 전쟁…한국이 승자가 되려면
며칠 전 뉴스를 보다 보니, 로봇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말이 있더라고요.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는 거예요. 미국의 인공지능 중심 접근, 중국의 속도와 생태계, 일본의 제조 노하우.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세 나라의 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알고 있나요?
필자가 주목하는 건 한국이 2026년 이후 산업용·서비스용 로봇 시장에서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주도할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IFR 기준 세계 4위 로봇 시장이자, 제조 로봇 밀집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같은 초정밀 제조 경험이 쌓인 땅에서, 우리의 로봇 기술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2026년 1월 개막한 CES 2026는 국내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가사 노동 제로'를 목표로 한 초연결 AI 로봇 생태계를 제시했고, LG전자는 양팔과 손가락을 탑재한 홈로봇 '클로이'를 공개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대중 공개와 함께 로봇 3만 대 양산 계획을 선언했습니다.
우리의 약점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냉철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하드웨어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것과 달리 AI 소프트웨어(피지컬 AI)에서는 미국·중국에 추격하는 단계로, '검증된 하드웨어를 더 똑똑한 두뇌와 결합하고 실증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로봇이 실제 물리 환경에서 인간처럼 유연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AI 소프트웨어 역량이 휴머노이드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공용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데이터 생성용 시뮬레이션 플랫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며, 수백만 시간의 가상 학습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이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협,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가 알아야 할 현실이 하나 더 있어요. 미국은 AI 중심, 중국은 속도·생태계, 일본은 제조 구도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제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양산, 투자, 생태계 구축 능력입니다.
중국은 도시 단위 클러스터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베이징은 AI·임바디드 모델 중심, 상하이는 제조 및 산업 적용, 선전은 하드웨어 및 상용화, 항저우는 AI 스타트업 중심으로, 여기에 쑤저우, 광저우, 청두, 난징 등까지 확산되며 전국 단위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입니다. 이미 그들은 큰 그림을 그렸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차별화된 길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건 한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AI 경쟁력이 '누가 가장 먼저 사람형 로봇을 내놓느냐'에 집중하지 않고, '로봇이 실제 산업과 생활 현장에서 반복 가능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LG CNS,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 같은 SI 기업들이 데이터·운영 경험·통합 역량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SI 기업들은 오랜 기간 그룹 계열사의 제조·물류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며 공정 흐름과 데이터 구조를 축적해왔고, 업계에서는 피지컬AI 경쟁의 승패가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빠르게 자동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의 강점입니다.
시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건 속도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만 대 규모의 양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비용도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의 시연 중심 단계를 넘어 실제 적용 단계로 전환되면서 특히 산업 제조 분야가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주도할 기반을 갖고 있지만, 정부의 세제 혜택과 R&D 지원, 대기업 주도의 생태계 확장은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당부
필자는 한국이 이 경쟁에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밀 제조의 DNA가 있고, 아틀라스 로봇처럼 글로벌 시장을 변화시킬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필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현장에 녹여내는 속도와 끈기입니다.
이 로봇 대전에서 승자가 될 것은 가장 빠른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나라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SI 기업들, 대기업들의 투자가 얼마나 현명하게 쓰일지가 이제부터의 승패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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