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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은 멀어지고 유가는 급등… 미국 패권 위협하는 '호르무즈 모멘트'

중동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브렌트유 현물가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과거 수에즈 운하 위기처럼 미국 패권에 금을 그을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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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기대는 산산조각... 유가가 말해주는 현실

얘기는 희망으로 시작됐다. 중동전쟁이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국제사회는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나갔고, 트럼프 대통령도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번 전쟁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할 우려가 높아지자 미군 철군, 이란과의 물밑협상 등 종전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때였다. 2026년 4월 1일 저녁(한국시간 4월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 군대가 이란에서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선언했지만, 한 달 간의 전쟁 종료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대신 향후 "2주에서 3주" 내에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은 경악했다.

현물과 선물의 괴리, 그것이 미국의 위기다

중동 사태로 브렌트유 현물 가격이 4월 2일(현지 시간) 배럴당 140달러 선을 돌파했으며,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다. 더 충격적인 건 현물가의 움직임이었다. S&P 글로벌 자료 기준 실제 유조선에 실리는 브렌트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41.36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브렌트유 선물보다 약 32.33달러(약 30%) 높은 수치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CNBC는 "이 같은 현물 가격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차질로 현재 실물 원유 공급이 매우 부족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빠른 해결'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수에즈 모멘트" 다시 오나

1956년 10월 영국은 프랑스, 이스라엘과 연합군을 구성해 이집트를 침공했으나, 연합군에 유리하던 전황은 이집트가 배 수십 척을 침몰시키는 방법으로 운하를 틀어막으며 뒤집혔고, 해법을 못 찾은 영국 등은 9일 만에 이집트에서 굴욕적으로 철수했으며, 이는 기울던 영국 패권 종말을 알린 이른바 '수에즈 모멘트'였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닐까.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자 '미국판 수에즈 모멘트'가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으며, 국제 유가 급등에 '페트로 달러'(원유 달러 거래) 균열까지 생기며 미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은 실물로 옮겨가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4월 2일(현지시간) 11.41% 급등한 배럴당 111.54달러로 마감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가가 오른 2020년 4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대되며,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으며,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은 기존 약 80% 수준에서 60% 이하로 떨어졌다.

종전이 멀어질수록 세계 경제는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풀지 못한 채로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이며, 리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에너지트레이더는 "중동 상황은 긴장 완화보다 추가 확전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영국이 수에즈 운하 위기를 통해 패권을 잃었듯이, 오늘의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같은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가의 급등이 단순한 상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그것은 세계 경제 질서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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