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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휴전 합의가 가져온 극적 반전, 국제유가 6년 만에 최대 낙폭으로 100달러 붕괴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자 국제유가가 16% 급락하며 배럴당 94달러대로 하락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 기대가 반영된 이 급락장에 예측시장에서의 내부거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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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제 전쟁으로 만든 호르무즈, 휴전으로 급변하다

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뀌려면 때로는 몇 글자의 짧은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4월 8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2주 휴전' 선언이 그렇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8.54달러(16.41%) 하락한 배럴당 94.41달러를 기록했다.

역사의 책장을 넘어보면, 이 낙폭이 얼마나 극적인지 알 수 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3월 25일 이후 최저 수준이며 일간 기준으로는 최근 6년 내 최대 하락폭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며칠 전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었다. 그때였다. 그 전승의 중심에는 생각보다 단순한 논리가 있었다.

해협의 봉쇄가 만든 '에너지 공포'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 전쟁으로 이곳이 뒤흔들리자 시장은 공포에 잠겼다.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 기대가 반영되며 공급 불안이 빠르게 완화된 영향이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단순한 군사 갈등에서 '경제 전쟁'으로 변질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에너지 공급망이 끊기면 서방 경제가 질식한다는 사실을 이란도, 세계도 똑같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전 선언, 그리고 시장의 즉각적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한 문장이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뚫었다. WTI와 브렌트 선물 가격이 장중 기준으로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손가락만 클릭했을 뿐인데, 수십 조 원의 자산이 시장을 떠돌기 시작했다.

불확실성의 그림자: 내부거래 의혹

모든 소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사는 종종 우리의 예상을 비틀곤 한다. 지난달 23일 오전 6시49분부터 6시51분까지 2분 동안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매도액이 7억6000만달러를 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이란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밝히기 15분 전에 이뤄졌다. SNS 게시 이후 매도세가 이어지며 국제 유가가 10% 급락해 미리 선물을 판 측은 큰돈을 벌었다.

정보의 비대칭이 만드는 '불공정'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마크 워너 미국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전쟁부(국방부) 감사관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 내부자 거래에 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발표 직전 주식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포착된 비정상 거래 정황을 조사 근거로 들었다.

2주의 숨고르기,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휴전이 얼마나 견고할지, 며칠 뒤 어떤 뉴스 헤드라인이 나올지 말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해협 통항을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 긴장이 재차 부각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 사안이 휴전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파키스탄과 이란 측은 비판적 반응을 내놓으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2주는 길게는 짧고, 짧게는 길다.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휴전 협상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가는 빠르게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재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 시장은 안도의 숨을 쉬고 있지만,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그리고 그것에 기대어사는 세계 경제. 그 모든 것이 호르무즈 해협 한 점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휴전 선언이 희망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전쟁의 서막인지는 앞으로의 14일이 말해줄 것이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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