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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세월을 품은 트로트: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곧 트로트의 역사다

일제강점기 설움에서 출발해 현대까지 살아 숨 쉬는 트로트.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 음악 장르의 역사 속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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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울음이 담긴 음악, 트로트의 역사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트로트가 있었다.

필자가 트로트의 역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음악이 단순한 장르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트로트는 식민지 시대의 울음이자, 전쟁의 한 많은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시간의 기록'이다.

서양과 동양, 그리고 우리의 정서가 만난 자리

트로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유행가'나 '유행소곡'이라 불렀다. 트로트는 미국의 춤곡인 폭스트롯이 어원이며,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다양한 음악들이 혼합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기에 핵심이 있다. 한국의 트로트는 기존의 민요를 비롯한 한국 전통 음악과 당시 서양 블루스 계통의 음악 문화, 그리고 일본의 근대 대중가요인 엔카 간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한 장르라는 점이다.

이것이 단순한 음악 혼합이 아니라 '창조'였던 이유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그 안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대개 매우 애절한 슬픔의 노래이며, 대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행복해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고통 등을 내용으로 삼아 진지한 분위기를 지닌다.

명곡들이 빛낸 시대

1934년 '타향살이'를 발매한 고복수, 1935년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 1938년 '애수의 소야곡' '감격시대' 남인수 등 초창기 인기 가수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시장을 개척하고 성격을 규정한 주역들이었다.

특히 애절한 멜로디에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설움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목포의 눈물'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항일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할 수 없던 시대, 설움을 음악으로나마 토로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트로트는 1960년대 이후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트로트는 우리 민족이 겪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위로하는 음악으로 거듭났다.

스타를 만든 음악

1960년대는 트로트의 황금기였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가 이 시기의 대표 주자였으며, 1964년 '동백아가씨'가 3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트로트의 여왕'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1970년대에는 1965년 데뷔한 남진과 1966년 데뷔한 나훈아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시장 규모를 넓혔다. 필자는 이 경쟁 관계가 단순한 가수 간의 경쟁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트로트라는 음악이 얼마나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장르였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비판과 과오, 그리고 그 이상의 것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비판적 거리는 필요하다. 일제강점기의 왜색이 다소 남아있어 정부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왜색가요'라며 비판을 받던 기간이었지만, 독립으로 시작된 일본과의 문화적 단절은 트로트를 왜색가요가 아닌 한국만의 독자적인 특징들로 확립하여 '트로트'라는 하나의 장르로서 발전시키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가 미워할 수도 있는 그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외래의 것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고, 민족의 생명력이다.

현재의 트로트, 그리고 앞으로

특히 정통 트로트에 타장르의 음악과 결합시켜 트로트를 재조명하는 음악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가 2014년에 방송되었으며, 2019년부터 TV조선에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등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유행'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트로트의 재부상은 트로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 대중음악 향유에서 소외됐던 중·노년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영역을 주류 대중음악계 내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필자의 생각

100년을 살아낸 음악이 있다는 것은 드물다. 필자는 트로트가 단지 음악적 가치 때문만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공동의 감정과 공동의 역사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본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언젠가 노래방에 가서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를 부르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눈물과 웃음이, 역사의 깊이가, 세대를 넘어 흐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진정한 문화의 재부상을 바란다면, 과거의 재발견에 그치지 말고 그 속의 정신을 오늘날로 끌어올려야 한다. 트로트는 그럴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기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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