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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포기 vs 제재 해제… 트럼프의 '15개 조건' 협상안, 과연 성공할까?

미국이 이란에 핵시설 해체 등 15개 요구조건을 전달하며 1개월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 최고지도자의 행방불명으로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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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시작된 협상, 15개 조건의 속내는?

그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48시간 최후통첩을 내린 바로 그 순간, 뒤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등 트럼프 핵심 측근들은 이란과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한 달간의 휴전'을 선언하고, 그동안 15개 항목의 본계약을 협상하는 틀을 설계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파키스탄이 던진 메시지, 그 안에 담긴 것들

핵심은 '핵 포기 vs 제재 해제'였다. 미국이 이란에 요구한 15개항에는 핵 역량 및 3대 핵 시설(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해체, 60% 고농축 우라늄 440~450kg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반납, 지역 대리 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전면 자유 통행, 미사일 사거리·규모 제한 등이 담겼다.

그 대가는? 이란은 국제 제재의 완전한 해제와 부셰르 원전 등 민간 핵 프로그램 발전 지원, 제재 복원 장치인 '스냅백' 제거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메시지는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시예드 아심 무니르 원수를 통해 전달됐다. 현재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이집트, 오만 등 여러 국가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소식통들은 파악하고 있다.

모즈타바의 침묵, 그 뒤에 숨겨진 진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이란이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상을 입고 고립돼 있으며 자신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선출 후에도 간접적인 메시지만 발표할 뿐 직접 모습을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란 시각이미지 전문가들과 모즈타바의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AI로 생성되거나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으며, 특히 모즈타바의 X 계정 프로필 사진은 구글 AI를 활용해 과거 사진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여전히 막힌 '에너지 동맥'

협상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서도 현실은 냉혹했다. 이란이 지난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20~25%가 차단됐고,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유조선 150척 이상, 컨테이너선 170척이 발이 묶인 상태다. 유조선 운임은 연초 대비 17배 폭등했다.

그런데 이란의 메시지는 미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3월 20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협을 닫지 않았고 해협은 열려있다'며 '이란을 공격하는 적의 선박만 봉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초대형유조선 'New Vision'호가 3월 1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의 '선별 통과'가 중국에 대한 비공식 면제를 포함한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강온 양면전략의 함정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미군의 공식 이란 타격 작전인 '에픽 퓨리'가 당초의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해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위해 정예 82공수사단 수천 명을 중동에 긴급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

결국 트럼프의 강온 양면전략이다. 한쪽으로는 협상 테이블을 제안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군사적 압박의 고삐를 놓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끝은?

그렇다면 이 복잡한 퍼즐의 끝은 어디일까?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핵 논의에서 무기화 문제를 구분해야 이란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서 양국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전쟁의 최종 목표인 '정권 교체' 여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미국의 '한 달 휴전안' 카드가 복잡한 중동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 게임에서,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일지도 모른다. 과연 이 침묵하는 최고지도자가 언제, 어떤 대답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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