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10 min read

오스트리아 빈을 이해하는 법: 커피 한 잔에 담긴 역사와 철학

UNESCO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빈의 카페 문화를 파헤친다. 17세기 터키 전쟁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커피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알고 여행을 떠나면 빈의 진정한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박진희기자
공유

커피 한 잔이 역사가 되는 도시, 오스트리아의 빈

필자가 빈에 발을 디딘 첫 날, 관광 가이드북에 있는 유명한 카페들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골목 골목의 작은 카페를 들어다니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빈이 '커피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는 건축이나 음악 때문만이 아니라, 2011년 10월부터 "빈 카페 문화"가 UNESCO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그 문화가 도시의 정체성 자체라는 뜻이었다.

빈의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그는 빈의 카페를 "특별한 종류의 제도, 저렴한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일종의 민주주의 클럽"이라고 묘사했다. 이 말에는 빈 카페 문화의 본질이 모두 담겨 있다. 계급 없이, 신분 없이 모두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곳. 그곳이 빈의 카페다.

'커피 한 잔에 시간과 공간을 담다'

"카페는 시간과 공간을 소비하지만, 청구서에는 커피만 올라온다"는 UNESCO의 정의처럼, 빈의 카페에는 특별한 철학이 있다. 한국의 카페 문화처럼 '빠르게 마시고 나가기'는 없다. 여기서는 한 잔의 커피로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이 문화가 형성된 배경에는 역사가 있다. 1683년 빈이 터키군의 제2차 포위전에서 벗어난 후, 빈 시민 게오르그 프란츠 콜쉬츠키가 (1640-1694) 영웅적 행동으로 도시에서 커피를 판매할 최초의 허가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빈의 첫 카페는 아르메니아계 사업가 요하네스 테오다트가 1685년에 개설했다고 한다. 어쨌든, 터키 전쟁 이후 빈에 들어온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시 문화의 중심이 되어갔다.

카페에서 문명이 태어나다

빈이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문화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카페의 영향이 크다. 1890년 무렵 카페 그리엔슈타이들은 '융 빈(Young Vienna)'이라 불리는 문학가 그룹의 정기적인 만남 장소가 되었으며, 휴고 폰 호프만슈탈, 카를 크라우스, 아르투르 슈니츨러 같은 젊은 작가들이 모여 커피 하우스 문학을 탄생시켰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카페들이 단지 만남의 장소였을 뿐 아니라 생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이자 시인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자신이 즐겨 가던 카페 중앙(Café Central)으로 우편물을 받았다. 카페가 사실상 자신의 '주소'였던 셈이다. 1900년 당시 빈은 인구 170만에 달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중부 유럽 전역에서 예술가와 지식인들을 끌어들였지만, 대부분 좁고 난방도 불충분한 아파트에 살았기에 카페는 그들의 탈출구, 확장된 거실, 사무실이 되었다.

위기와 부활: 문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필자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빈 카페 문화의 '위기와 부활'이다. 1950년대 빈의 카페는 위기에 빠졌고, 이탈리안식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통 카페는 낡은 것으로 여겨졌으며 1980년대까지 많은 오래된 카페들이 문을 닫았다. 문명의 진보가 문화를 죽일 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1983년 빈의 카페 300주년 기념식에서 전통이 부활했고, 많은 빈 시민들이 자신의 카페들의 독특한 가치를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빈 카페 문화가 UNESCO 무형유산 목록에 포함되면서, 문화 보존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빈 카페의 '예의' 배우기

여행자가 빈의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빈 카페의 전형적인 요소는 대리석 테이블, 토넷 의자, 알코브(작은 개인 공간), 신문 테이블, 그리고 역사주의 양식의 실내 장식이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찬물 한 잔이 필수적으로 나오며, 오래 머물 경우 웨이터가 묵묵히 물을 더 갖다주는데 이는 손님을 성실하게 대하는 방식이다. 초대 카페에서 이 물의 역할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1873년 빈 산악 샘물이 공급되면서 물은 카페의 수질 관리를 보여주는 품질의 증표가 되었고, 이 관습은 다른 나라로도 퍼져나갔다.

커피의 다양함: 40가지 이상의 비너 레시피

한국인이 스타벅스 메뉴를 헷갈리는 것처럼, 빈 사람들도 커피 종류가 많다. 빈의 전통 카페에서는 40가지 이상의 다양한 커피를 제공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멜란주(Melange)로, 약간 희석된 에스프레소 또는 모카에 따뜻한 우유와 우유 거품을 얹은 것이며, 카푸치노보다 부드러운 맛을 낸다.

빈 현지인들은 자신의 커피 취향에 대해 깊이 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커피 전문가 요한나 파커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전통 카페 하벨카(Hawelka)와 호텔 자허의 카페를 꼭 방문해야 하며, 빈만의 커피 스타일로는 베를랑게르터(hot water를 섞은 에스프레소), 아인슈페너(휘핑크림을 얹은 에스프레소), 멜란주(거품 많은 우유 커피)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의 빈 카페 문화: 전통과 혁신의 만남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빈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 카페뿐 아니라 현대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도 발전하고 있으며, 빈의 카페는 그 웅대한 내부와 오래된 전통으로 UNESCO 무형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전통 빈 카페는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를 축하하면서도 대화를 열고 호기심을 격려하며 발견을 초대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여행을 마치며

빈 여행에서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필자는 "카페에서 신문을 펼치고 최소 2시간을 앉아 있을 것"을 추천한다. 빈의 카페 문화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18-20세기를 거쳐 형성된 도시의 정신이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옛날에 마신 커피와 오늘날의 당신이 마신 커피가 같은 철학으로 정의되는 공간이다.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건축물을 돌아보기 전에 먼저 카페 문화를 이해하자. 그러면 그 이후의 모든 여행이 훨씬 깊이 있고 의미 있어질 것이다.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