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역사를 뒤흔든 한 청년의 죽음, 영화 '1987'에서 만나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까지, 한국 민주화의 역사적 순간들을 담아낸 영화 '1987'을 통해 그 시대의 뜨거움과 용기를 되살펴본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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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한 사건

2017년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1987'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1987년의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하정우·김태리·강동원(이한열 역) 등이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1987년 1월부터 6월까지 단 5개월간의 이야기를 담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무게감과 시대정신은 가슴을 울립니다. 총 723만2,452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영화 속 실제 역사 이야기: 죽음에서 시작된 변화

박종철의 죽음—사건의 시작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던 22살 대학생 청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영화는 사망한 청년의 이름이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임을 밝히면서 시작됩니다.

영화 속 장면에서 형사들은 중앙대학교병원 의사 오연상을 불러 살려낼 것을 지시했고 오연상은 강심제를 투여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소생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치안본부 5처장 박처원은 이러한 사실이 들통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해 시신을 화장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들 중 하나는 박처원이 최환 검사에게 공안경찰을 보내 화장동의서에 도장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지만, 최검사는 죽은지 8시간밖에 안 된 서울대생을 장례도 부검도 생략하고 화장부터 하려는 정황을 수상히 여겨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장면입니다.

진실의 첫 목소리—기자들의 용기

언론의 목소리 없이 이 사건은 영영 묻혔을 수도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몇몇 기자가 물고문을 받던 대학생이 사망했다는 신문기사를 내면서 박종철의 죽음은 전국에 알려지게 됩니다. 1987년 1월14일 박종철 고문치사와 그해 6월9일 연세대학교에서 경찰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열사 사건이 기본적 얼개인 영화 '1987'에는 용기 있는 젊은 기자 두 사람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신성호 중앙일보 기자와 작고한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입니다.</>

영화 속에서 동아일보 사회부장은 "대학생이 고문 받다 죽었는데 이런 보도지침이 무슨 소용이냐!"고 외치며 보도지침이 적힌 칠판을 박박 지웁니다. 정권의 보도지침을 무시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교도소에서의 양심—은폐된 진실의 폭로

영화 속 또 다른 주요 장면들은 교도소 내에서 펼쳐집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관계자'라고 부르는 개인들이 어떻게 양심을 따라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6월 항쟁으로 맺어지다

영화는 박종철의 죽음이 알려지자 분노한 사람들이 진실을 찾으려 하고, 한명의 희생으로도 모자라 연세대학교에서 데모를 하던 학생, 이한열 열사(배우 강동원)도 최루탄을 맞아 죽고, 그렇게 100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6월 민주 항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점: 드라마의 필연성

이 이야기는 실제를 다룬 것이나 허구인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는 역사의 사실을 담으면서도 영화로서의 감정적 완성도를 위해 일부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사실상 첫 번째 작품이며,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극으로 재현된 장면은 얼마 없고 대부분 영상 자료와 내레이션으로만 나온다는</> 점입니다. 영화 '1987'은 이를 구체적인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로 생생하게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실제 박종철과 이한열의 나이차는 고작 2살이었으나, 이 영화에서 이한열 역을 맡은 강동원이 박종철 역 여진구보다 무려 16살이나 많습니다.</> 이는 영화적 캐스팅의 현실적 선택입니다.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 역사와 현재의 조우

누가 봐야 할까요? 역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도, 그 시대를 겪은 기성세대도 모두 입니다.

1987년을 겪은 분들이나 그 시대를 통과한 분들에게는 아픈 추억이자 자랑스러운 역사일 것이고, 젊은 층들에게는 신기하게도 2017년에 또 다른 광장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부분을 통해서도 세대가 묘하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들은 자극적이거나 거창하지 않습니다. 대공처장(김윤석)이라는 악역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릴레이 하듯 대립하며 시대의 초상을 그려나가고, 군사정권의 어둠에서 시작해 광장의 함성에서 화면을 멈추는 영화이며, 서스펜스를 골조로 느와르, 로맨스, 복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장준환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이 상이한 장르와 인물 군상을 하나로 엮어냅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 한 개인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적 변화를 만드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 5개월 만에 대통령 직선제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룬 것은 기적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양심이 모일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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