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를 제친 흑해, 올해 가장 치명적인 해상 항로로 급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선박 공격 격화로 흑해가 호르무즈 해협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선원 사망자가 가장 많은 해상 항로가 되었다. 올해 570척 이상이 피격되었고 최소 40명이 사망했다.
호르무즈를 제친 흑해, 올해 가장 치명적인 해상 항로로 급부상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가 바뀌었다
누구나 한 번쯤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중동의 관문. 그곳이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로가 아니게 되었다.
올해 흑해상 피격 선박은 570척이 넘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선 공격이 격화하면서 흑해가 호르무즈 해협을 제치고 올해 세계에서 선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상 항로가 됐다. 그 수치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보면, 이 과정에서 최소 40명의 선원이 사망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확인된 사망자 24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3분기에 폭증한 공격, 하루 4건이 넘는다
흑해의 위험이 얼마나 급속도로 심화되었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올해 3분기(7∼9월)에는 약 387척이 공격받아 피격 선박수가 전 분기보다 5배 이상 급증했으며, 하루 평균 4건 넘는 공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매일 매일 바다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영해까지 확대되는 위험
최근 사건들은 흑해의 위험이 얼마나 현실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루마니아 콘스탄차항에서 약 13해리(약 24㎞) 떨어진 해상에서 코모로 국적 화물선 '호리우'호가 드론 공격을 받아 침몰했으며, 조난 신호를 받고 출동한 구조 당국과 인근 상선에 의해 9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3명은 실종됐다. 지난 15일 화학제품 운반선 피격(7명 실종)을 포함해 최근 2주 동안에만 최소 7척의 화물선이 공격을 받았고, 선원 3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선원들의 절망적인 현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절망적이다. 우크라이나 해운노조의 올레흐 흐리호리우크 위원장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기항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면서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동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해상 운임 덕분에 일부 선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원유 수송에 나서고 있지만, 흑해는 운송 수익성이 낮은 데다 위험은 훨씬 커 선박 투입을 기피하는 선사가 더 많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해역
흑해의 위기는 이제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사다. 나토는 지난 20일 흑해 지역에 해상초계기와 드론, 레이더 시스템을 추가 배치해 감시 태세를 한층 강화했으며, 루마니아 역시 영공과 영해를 무단 침범하는 드론에 대한 요격 능력과 해상 감시망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통계 뒤에는 생명의 외침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일터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테다. 흑해의 선원들은 그것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결코 주목받지 못할 이들의 절박한 상황에 국제 사회가 더욱 주의 깊게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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