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성공보수 11년 만에 '유효' 판결…대법원 상고심이 바꿀 판례
2015년 대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11년 만에 유효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법무법인 위의 소송을 인용해 의뢰인에게 3300만원의 약정금 지급을 명했으며, 대법원 상고심이 기존 판례를 뒤바꿀지 주목된다.
11년 만의 '뒤바뀜'…형사사건 성공보수가 다시 산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의뢰인과 맺은 성공보수 약정은 유효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10여 년만에 나왔다. 변호사업계가 오랜 시간 주장해온 이른바 '성공보수 부활'의 신호탄이 될까. 이 판결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면서 기존 판례를 뒤바꿀 가능성도 현실화하고 있다.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11년 전 판결의 벽
필자는 이 판결이 나온 배경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법부가 얼마나 어려운 선택을 앞에 두고 있는지 보인다고 생각한다.
2015년 7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며,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의 우려는 그럴듯해 보였다. 성공보수 때문에 변호사들이 위법한 수단을 쓰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염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떻게 됐을까.
하급심 판결이 제기한 질문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1월 23일 법무법인 위가 의뢰인 A 씨 등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2025나7739)에서 "A 씨는 법무법인 위에 약정금 3300만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하급심이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재판부는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해당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 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법원이 이번 사건을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에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사례'로 보아 형사성공보수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공보수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법조계가 말하는 '부작용'들
필자는 판례 변경을 둘러싼 논의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한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형사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변호인의 동기와 책임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의뢰인의 초기 비용 부담을 키워 수임 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흥미로운 역설이 아닌가. 성공보수를 금지하려던 목적이 변호사의 도덕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면, 그 결과가 오히려 의뢰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형사 성공보수 일률적 무효' 판단 이후 착수금 상승과 사건 쏠림, 청년 변호사 수임난 등 부작용이 누적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어떤 판단을 내릴까
의뢰인들이 상고장을 제출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이제 문제는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로 넘어갔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판례 변경 논의는 단순히 변호사들의 이익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계약 자유의 원칙을 어느 선까지 존중할 것인가, 그리고 변호인 조력권이라는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민이 실질적인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우수한 변호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는 단순한 법률 문제를 넘어 사법 정의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
대법원의 상고심이 기존 판례를 전환할지, 아니면 유지할지는 앞으로 형사 변호사 시장의 구조와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이 보여줄 판단이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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