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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직전 도주하는 사기범들…재판시효 안 되면 '무죄 판결' 가능할까?

법정에 나타나지 않는 사기범들의 전략이 드러났다. 판결 직전 도주해 재판시효까지 숨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법 시스템의 허점이 논쟁이 되고 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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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직전 '증발'하는 사기범들…"재판시효까지 숨으면 된다"는 인식

법정에 출석해야 할 사기범들이 판결을 앞두고 잇따라 도주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재판시효'를 노린다는 점이다. 재판시효가 완성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필자는 이 현상이 단순한 '범죄 회피'를 넘어 우리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라고 본다.

재판시효, 법의 보호막이 범죄의 도구가 되다

형사사건에서 재판시효(또는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판결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범죄를 처벌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이는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시간이 경과한 과거의 범죄 처벌을 제한하려는 법 취지였다.

그런데 이 원래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사기범들이 판결 직전 도주했을 때, 재판이 중단되는 동안 공소시효가 계속 진행된다면—만약 시효가 완성되면 판결을 내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재판시효까지 숨으면 그만"이라는 왜곡된 신호가 확산되는 것이다.

피해자는 어디로

한국 사회에서 사기 범죄는 가장 흔한 재산범죄 중 하나다.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부터 전세사기, 투자사기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동일하다. 그런데 판결을 앞두고 피고인이 도주하면 어떻게 될까?

판결이 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 물론 재판은 계속되겠지만, 피의자의 신원 특정과 체포에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전에 다룬 해외도주 사기범 사건처럼, 국제 도주의 경우 송환 절차만 해도 시간이 지연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해자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이중 피해를 입는다고 본다.

법체계의 균형을 맞춰야 할 때

현행법상 미결 피고인은 1심에서 최장 6개월까지만 구속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조항이 의도한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인신의 자유 보호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역으로 보석 또는 불구속 상태에서 도주를 계획하는 피의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까.

법원은 보석 여부를 결정할 때 도주 우려를 심사하지만, 판결 직전의 급격한 도주 사건들을 보면 그 심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해외 도주의 경우 적극적인 신변 추적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공소시효 제도의 합리적 재검토다. 현재의 시효 기간이 사건의 성질과 피해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둘째, 판결 직전 도주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다. 피고인이 판결 직전 도주한 경우, 그 도주 자체를 가중 처벌하거나, 도주 기간을 공소시효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피해자 보호 강화다. 판결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가 임시적이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재판시효까지 숨으면 그만"이라는 관념이 만연해지면, 법은 약자의 방패가 아니라 악의적 피의자의 도구가 된다. 사법 시스템이 그렇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해자와 법질서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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