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묵은 교육교부금 '성역' 깨야 한다는 목소리, 왜 이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내국세 자동 연동으로 매년 증가하는 교육교부금. 정부가 1972년부터 유지된 이 제도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타이밍이 우연인지, 선거·예산·국제 일정 등과 맞물려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54년 된 교육교부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시간
정부가 손도 대지 못했던 교육 재정의 '성역'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54년간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은 교육계와 재정계 모두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움직임이 단순한 정부의 재정 조정을 넘어,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낡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신호라고 봅니다. 역대 정부들이 교육계의 반발에 밀려 번번이 손을 떼고 있던 현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결단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으니까요.
학생은 반으로 줄었는데, 교부금은 계속 늘어난다
교육교부금의 핵심 문제는 현실과 괴리된 구조에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며 교육 현장의 수요는 감소하는데,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을 자동 배정하는 제도 탓에 지방 교육청은 오히려 넘쳐나는 재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현실이 얼마나 역설적인지 수치가 말해줍니다.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도 교육 교부금은 대규모로 늘어났으며, 올해의 경우 반도체 초호황 등의 영향으로 교부금이 80조 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100조 원에 근접할 것이 아니냐는 전망입니다.
1972년 제도가 2026년을 살고 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던 1972년에 재정된 제도라는 점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출생아 수가 100만 명대에서 현재는 30만 명대로 급락했는데도, 60년 이상 된 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여기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정부는 나랏빚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채 이자비용이 34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작 합리적 구조조정의 기회는 미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년말 국가채무가 1천415조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까지 높아지며, 국채 이자비용은 34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정부의 결단, 그리고 교육계의 우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날 토론회에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와 재정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입장은 신중했습니다. 최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환경 변화에 맞춘 합리적인 교육재정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이 입장을 이해합니다. 재정 효율화 논리만으로 교육 예산을 무단히 깎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재설계'
다행스러운 것은 전문가들의 제언입니다. 재정 전문가들은 학령인구와 교육 수요,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해 교부금 총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절감되는 재원은 영유아 보육과 고등교육, 직업훈련 등 생애 전 주기의 인적자본 투자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이것이 필자가 보는 개혁의 방향입니다. 단순히 '깎는 것'이 아니라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저출산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초호황시대를 맞아 재정공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할 때
향후 2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도 개혁 추진의 적기로 꼽힌다는 분석이 있으며, 선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에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면 연금과 노동, 교육 등 국가적 과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정부 안팎에 깔려 있습니다.
필자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대와 시대가 변했다면, 제도도 변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공교육 강화라는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진정한 '성역 깨기'의 시간입니다.
loading...
통찰 훈련소
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