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집 못 산다…30대마저 청약통장 떠나는 현실
서울 분양가가 국평 기준 16억 원을 넘으면서 30대의 청약통장 해지가 4년 연속 신규 가입을 앞섰다. 올해 7월까지 30대 해지가 36만 1000좌로 가입의 1.4배를 기록했다.
"어차피 집 못 산다"…30대마저 청약통장 떠나는 현실
실수요층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올해 7월까지 30대 신규 가입은 25만 6000좌였지만 해지는 36만 1000좌로 10만 5000좌 더 많았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실수요의 중심축이자 주택 구입 욕구가 가장 높은 30대의 엑소더스는 한국 주택시장이 얼마나 절박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30대는 2023년 이후 4년 연속 해지가 가입을 앞섰다. 즉, 지금 청약통장을 버리는 30대들은 희망 없는 상황 속에서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분양가 16억 원의 벽 앞에서
문제의 근원은 명확하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2년 2978만 원에서 2025년 5270만 원, 2026년 현재는 약 60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국평형(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16억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가점 만점을 채운 청약통장이 있어도 막대한 현금 동원력이 없으면 주택을 취득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연준 금리 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물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청약통장으로 열리는 대출 한도는 제한적인데, 분양가는 곱절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당첨확률은 낮아지고, 당첨되어도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차라리 통장을 깨고 다른 선택을 모색하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가입자도 위기 상황
3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7월 청약통장 신규 가입은 183만 6000좌, 해지는 216만 5000좌로 해지가 가입보다 32만 9000좌 많았다. 더 광범위하게 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1년 2677만명에서 2025년 2498만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6월에는 2471만명까지 내려왔다.
이는 단순히 청약시장의 침체가 아니라 한국의 주택 민주화 시스템 전체의 위기를 의미한다.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장 먼저 손잡는 '국민 필수품'이었는데, 이제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으로도 역부족
정부도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 이탈을 방지하고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통장 이자율 인상, 월 납입 인정금액 상향, 기존 청약 예·부금의 종합저축 전환 등 다각적인 제도 개편을 이어왔다.
그러나 가입자 혜택 보강이라는 미봉책만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와 고금리 대출 이자 부담을 메우지 못해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장 이자가 조금 올라도 분양가가 더 크게 오르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분양가 안정화 대책 없이는 청약 생태계의 회복이 어렵다고 본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확대, 가입 인구 포화 등을 청약통자 가입자 감소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른 선택지를 찾는 사람들
흥미로운 점은 청약통장을 포기한 사람들이 완전히 주택 구입을 단념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 가능한 무순위 청약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 같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적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청약통장에만 집착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청약통장만이 정답"이 아닌 시대가 왔다. 문제는 그 대안들이 청약통장을 충분히 대체할 만큼 매력적인지 하는 점이다.
기자 이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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