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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반도체·바이오 강국' 꿈꾸다…국가 R&D 12위의 딜레마

인천연구원이 지역 주도형 R&D 시대를 맞아 특별회계 설치와 독립 전담기관 구성을 제안했다. 반도체·바이오 산업 기반은 탄탄하지만 국가 연구개발 예산 확보는 전국 12위에 머물러 있는 인천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나선 것이다.

한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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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R&D 강국' 도약의 갈림길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반도체, 바이오, 로봇, 항공 같은 첨단산업이 집중된 곳. 그곳이 인천이다. 지난 20년간 인천은 제조업의 기반 위에 연구개발 시설을 하나둘 더해왔다. 누구 눈에도 '혁신 도시'로의 변신이 가능해 보였다.

그때였다. 국가가 손을 놓기 시작했다.

강력한 산업 기반, 약한 국가 지원

인천은 반도체·바이오·로봇·항공 등 전략산업과 민간 연구 기반이 탄탄하지만, 지역 내 혁신 기관 수는 전국 최하위이며 2024년 국가 R&D 사업 집행 비중은 2.2%(전국 12위)에 그쳤다.

수치 하나로는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2024년 기준 인천의 국가전략기술 집행액은 5천538억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12위인 반면, 인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부산은 1조1천100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같은 크기의 도시에 절반 수준의 국가 예산만 배정받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까지 겹쳐 국비 확보에 큰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인천의 딜레마는 여기서 비롯된다. 산업 기반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키워줄 국가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내년 1월,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

그런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1월 '지역주도 과학기술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국가 R&D 기조가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된다.

무슨 뜻인가?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공모 형태로 연구개발 과제를 내놓으면, 지자체가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내년부터는 지방정부가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이것은 인천에게 기회다. 인천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과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기도 하다. 이를 준비하지 못하면 더욱 낙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연구원의 처방: 조직과 예산 준비하라

27일 인천연구원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인천시가 안정적인 재원과 전담 조직을 갖춘 R&D 혁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연구원은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돈을 모아야 한다. 인천형 R&D 특별회계 및 기금을 설치해 안정적인 자체 재원을 마련하고 국비 및 민간 투자와 연계할 것을 제언했다.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은 단순히 지역 사업비를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천이 먼저 투자한 사업을 기반으로 중앙정부의 국비를 매칭하고 민간기업의 투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전문 기획 인력을 갖춘 독립 전담 기관의 단계적 설립을 주문했다. 현재 인천테크노파크 산하에서 R&D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셋째,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과학기술진흥위원회를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로 격상하고 전략 산업별 분과위원회를 운영해 정부 예산 일정에 맞춘 선제적 사업 기획·유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넷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략 산업별 협의체를 통한 기업 주도 혁신 생태계 구축과 대학·연구기관의 산학연 공동연구 확대도 주문했다.

지역 주민에게 이것은 왜 중요한가

겉으로 보면 '조직·예산 채비'는 관료 차원의 문제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시민에게는 직결된 문제다.

인천의 반도체·바이오 산업이 제자리에 머물면, 고급 일자리 창출은 더뎌질 것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서울로 가기만 할 것이다. 지역 경제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반대로 인천이 국가 R&D 사업을 주도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첨단산업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형 연구개발 특별회계나 기금 등을 조성해 자체적인 R&D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마중물로 국비 매칭을 확보하는 것이 지역 주도형 R&D 체제에서 지자체가 먼저 가능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초기 투자를 진행한 뒤 국가사업으로 확대시키는 전략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연구원이 제시한 처방은 어려운 처방이다. 조직을 정비하고 예산을 새롭게 구조화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치적 결단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년 1월이 시작점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최후의 기회일 수도 있다.

기사 이미지: 한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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