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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을 뚫고 반도체가 쓴 역사: 4월 수출 859억 달러, 역대 2위 기록

한국의 4월 수출이 전년 대비 48% 급증한 859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2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수출이 173.5% 급증하며 중동 전쟁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비결을 파헤친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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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을 뚫고 반도체가 쓴 역사: 4월 수출 859억 달러, 역대 2위 기록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866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 실적이다.

그때였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와중에 한국의 수출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수출 800억달러, 무역수지 200억달러를 동시에 돌파하는 기록을 썼다. 이 기적 같은 성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했다. 반도체였다.

AI 열풍이 만든 반도체 '슈퍼사이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173.5% 급증한 319억달러를 달성했다.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고 기록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였다.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낸드플래시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메모 고정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DDR4 8Gb가 870%, DDR5 16Gb가 662%, 낸드 128Gb가 766% 뛰며 수출 단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한 물량 증가가 아니라, 가격 폭등이 함께 이루어진 역사적 현상이었다. 메모리 칩 가격이 최대 8배 이상 치솟으면서 같은 물량도 훨씬 높은 수출액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쏠림' 심화, 그러나 긍정적 신호도

반도체 1강의 수출 구도가 이어지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월 20.2%에서 올해 4월 37.1%로 1년 만에 16.9%포인트 뛰었다.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대폭 심화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 현상은 단순히 위험 신호만은 아니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중동의 명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역풍이 불었다.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61억7000만달러로 수출이 5.5% 감소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과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대중동 수출은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과 불확실성 등으로 주력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 등 대다수 품목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25.1% 감소한 1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이 급락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4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51억1000만달러로 39.9% 증가했다. 하지만 석유제품 수출액은 51억1000만달러로 39.9% 증가한 반면 수출 물량은 36%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 반도체로 점령하다

한국 수출의 지역별 흐름도 흥미로웠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의 호조로 62.5% 증가한 177억달러를 기록, 6개월 연속 훈풍을 이어갔다. 미국 수출 역시 54.0% 급증한 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 증시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에 오른 배경에는 이러한 반도체 수출의 약진이 있었다.

아직 남은 변수들

AI 열풍을 타고 쓴 이 화려한 기록도 불확실성 앞에선 약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중동 전쟁 장기화와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수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쟁이 더욱 심화한다면, 또는 글로벌 AI 투자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상황은 180도 바뀔 수 있다는 뜻이었다.

5월의 대규모 파업 소식도 귀에 들어왔다. 반도체 산업이 이 호황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역사는 순간적 영광보다 그것을 지속하는 능력에서 진정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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