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진짜 사장' 맞다…노동위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현대차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제조사에 내려진 첫 판정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진짜 사장' 맞다…노동위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갑을 관계'의 불편함이 있다. 지시는 받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영향을 미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완성차 업계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현대차 하청노조 10곳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 '인정' 판정을 내렸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완성차 제조사에 내려진 첫 사용자성 인정 결정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단순한 노동 분쟁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의 간접고용 구조 전체에 대한 국가의 첫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차는 기술과 품질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기업이지만, 자신의 공장 안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임을 이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급식, 보안, 판매대리점까지 확대되는 교섭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건의 범위다. 이번 사건은 기존 생산직 사내하청을 넘어 급식·보안·판매대리점 등 다양한 간접고용 직군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의 공장 주변을 둘러싼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이번 결정의 대상이 된다. 남양연구소와 울산·아산·전주공장의 사내하청, 보안업체, 구내식당, 차량 판매 대리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차의 '품질 관리'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영 부담 커지는 현대차
경영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결정문을 확인해야 하지만 하청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설 길이 열린 만큼 경영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현대차는 이미 노조 측과 까다로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지급, 신규 인력 충원 등을 놓고 이미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제 여기에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까지 더해질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현실적 파장
현대차그룹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커진 노사 갈등에 대응하고자 노무 관리 체계를 강화했으며, 그룹 정책개발담당을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최준영 기아 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차 자체도 이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측이 현실이 되는 순간, 대비책이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처음 인정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원청을 향한 교섭 요구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맺으며
이번 결정은 결국 한국 기업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대응이 앞으로의 한국 제조업 노사관계 판을 어떻게 짜나갈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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