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내려올수록 강렬하다, 로라이즈 스커트가 2026년에 재림한 이유

1990년대 '범스터' 바지부터 2000년대 파리스 힐튼의 아이콘까지, 아찔한 허리선 트렌드는 왜 30년마다 돌아올까? 2026년 런웨이를 점령한 로라이즈 스커트의 역사를 추적해본다.

김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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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행하는 이것 - 로라이즈 스커트의 '대담한 복귀'

벌써 몇 번을 말했지만, 진짜 말이야... 스커트의 허리선이 이렇게까지 내려갔다는 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다. 2026년 봄/여름 시즌 런웨이를 보면 마치 누군가 스커트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기로 작정한 것 같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트렌드의 대담함이다. 잘록한 허리와 골반이 드러나는 아찔한 위치에 걸쳐 있는 로라이즈 스커트가 2026 S/S 컬렉션에 대거 등장했으니까. 맥퀸과 발렌시아가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이 '위험한' 스타일을 선택했고, 동시에 샤넬과 미우미우 같은 클래식 메종들은 좀 더 현실적인 버전의 로라이즈를 제안했다.

"아, 저건 너무 노출이 심한데요?"라고 생각했다면 잠깐만. 이 스타일은 이미 우리가 본 트렌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 허리선의 '모험 정신'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로라이즈 스타일은 현대 패션에서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리 알렉산더 맥퀸이 1990년대에 선보인 범스터(bumster) 스타일이 그 시초다.

1990년대의 '범스터' 혁명

1990년대 런던의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이 시기 런던의 패션계는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에 의해 완전히 뒤흔들려 있었다. 바로 알렉산더 맥퀸이다. 그가 제안한 '범스터(bumster)' 스타일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범스터란 무엇인가? 엉덩이 윗부분이 노출되도록 극도로 낮춘 바지 스타일을 뜻한다. 지금처럼 로우라이즈 스커트가 트렌드인 세상에서는 이해가 될 법도 하지만, 1990년대 보수적인 패션계에서는 정말로 혁명적인 시도였다. 맥퀸은 이를 통해 "규칙을 깨는 것"의 가치를 보여줬고, 이는 런던 패션계의 새로운 정신을 상징하게 된다.

2000년대, 셀러브리티의 손에 들려진 트렌드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0년대에 접어든다. 1990년대의 범스터가 언더그라운드 저항의 상징이었다면, 2000년대는 이를 팝 문화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린 시대였다.

이 시기 로라이즈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바로 파리스 힐튼이다. 그녀는 로라이즈 진과 짧은 탑이라는 조합으로 "럭셔리는 이렇게 입는 것"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냈다. 당시 도심 거리는 이 스타일로 뒤덮였다. 마치 유니폼처럼.

벨트가 엉덩이에 걸려 있는 게 트렌드라니. 우리 엄마들의 세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Z세대 부모들에게는 꽤 생생한 추억이 될 법한 장면이다.

2010년대 중반, 사라지다

But everything that goes up must come down—아니, 이 경우엔 "내려간 것은 다시 올라간다"가 맞을 것 같다. 2010년 중반부터 패션계는 로라이즈를 서서히 외면하기 시작했다. 하이웨이스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고, 미니멀리즘이 패션을 지배했으며, 극도로 풍성한 실루엣의 옷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로라이즈는 "구식", "노출이 심하다"는 낙인이 찍혔다. 그건 마치 스커트가 영원히 사라질 것 같은 공기까지 만들어냈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 왜 지금 다시 돌아왔나?

"30년마다 한 번씩?" 라고 물으신다면, 맞다. 패션의 순환은 생각보다 주기적이다. 1990년대에 맥퀸의 범스터, 2000년대에 파리스 힐튼의 로라이즈, 그리고 2026년의 이 순간. 정확히 30년의 주기가 돌아온 것 같다.

1. 미니멀리즘 피로감의 해소

자연친화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열망, 미니멀리즘의 피로감, Y2K의 과잉 이후 찾아온 실용성이 겹치며 탄생한 시대적 무드라고 할 수 있듯, 지난 10년간 패션은 '덜'의 미학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절대 한 가지 극단에만 머물 수 없다. 너무 오래 검은색, 흰색, 그레이만 입으니까 이제는 '색'이 필요하고, 너무 오래 몸을 감싸는 옷만 입으니까 이제는 '대담함'이 필요한 것이다.

2. 자신감 있는 몸 인정하기

2026년은 2026 소비자 키워드로 '컴포트 존(Comfort Zone)'이 떠올랐던 시대다. 역설적이게도 "편함을 추구한다"는 게 동시에 "자신감 있는 자신감"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이상 "나는 이 정도 선만 공개하겠다"는 규칙 따위는 없다. 옷은 내 몸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그 표현의 방식은 철저히 개인의 자유다. 젊은 세대는 이를 단호히 인정하고 있다.

3. 세대의 재해석 - 90년대 감성의 부활

Z세대에게 1990년대는 "부모님 세대"의 향수다. 당시 패션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순수하게, 더 과감하게 재해석할 수 있다. 샤넬과 미우미우, 토즈, 빅토리아 베컴은 보다 일상에 초점을 맞춘 로라이즈 스커트 스타일링으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트렌드를 현대화했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과거를 존중하되 현대의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패션 전쟁: 과감함 vs. 품위

흥미로운 점은 2026년 런웨이에서 로라이즈를 다루는 브랜드들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리 알렉산더 맥퀸이 1990년대에 선보인 범스터(bumster) 스타일을 다채롭게 재해석한 맥퀸과 미니멀한 블랍 크롭트 톱에 로라이즈 벌룬 스커트를 매치한 발렌시아가가 과감한 노출을 감행했다면, 클래식 메종들은 미묘한 균형점을 찾고 있다.

이게 바로 현재 패션의 민주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더 이상 "이렇게만 입어야 한다"는 규칙이 없다. 당신이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영화 속 로라이즈 추억

"시 더 시티(Sex and the City)" 시리즈를 아는가? 2000년대를 풍미한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로라이즈 진을 입고 있었다. 특히 캐리 브래드쇼는 이 트렌드의 산 아이콘이었다. 지금 이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현대의 로라이즈 트렌드를 보는 것 같은 기묘한 데자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은 감정의 기록

로라이즈 스커트의 부침은 단순한 "길이의 변화"가 아니다. 이것은 사회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보는가, 여성 자신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를 나타내는 감정의 지표다.

1990년대 런던은 전통에 대한 반항이 필요했다. 2000년대 미국은 자신감의 표현이 필요했다. 그리고 2026년의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의 가능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다음번에 로라이즈 스커트를 입은 누군가를 마주칠 때, 그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임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그 방식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패션 문화의 성숙함이 아닐까.


기자 서명: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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