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4배 폭등한 메모리, 이제 '조정' 국면…AI 때문에 이렇게 됐다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메모리 가격이 3월 말부터 소폭 하락하며 조정 신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구조적 수요는 여전해 높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의 '광란', 이제 진정의 신호를 보내다
지난 27일 PC용 DDR5 16GB 현물가격이 37.5달러로 한 달 전보다 5.2% 떨어지며, 급등하던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격이 하락 전환하여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수개월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조정을 '청신호'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현물가격의 일시적 조정이 시장 전체의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실적에 반영되는 계약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업황의 상승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때문에 벌어진 '구축 효과'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려면 AI 열풍이 어떻게 반도체 시장을 흔들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생산 라인의 쏠림 현상에 있으며, 주요 3사(삼성·SK·마이크론)와 중국 CXMT까지 AI용 메모리 비중을 늘리면서 레거시 공정의 공급 공백이 심각해졌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축 효과(Crowding out)'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HBM과 AI 서버용 고용량 모듈 생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범용 D램(LPDDR4, DDR4 등) 생산 능력이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PC나 스마트폰을 살 때 필요한 메모리는 외면당한 것이다.
4배 폭등, 역사를 넘어서다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수치가 대신 말해준다. DDR5 32GB 메모리 가격이 3개월 만에 약 17만원에서 70만원으로 4배 가까이 폭등했으며,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단순 역사 최고점을 넘어섰다는 게 핵심이다. 64GB RDIMM DDR5 모듈 가격은 2025년 3분기 255달러에서 4분기 450달러로 뛰었으며 2026년 3월에는 7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2026년 중 해당 모듈이 1000달러에 도달하고, 1기가비트당 단가가 1.95달러(2018년 고점의 약 2배)를 기록해도 놀랍지 않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 지갑이 직격탄을 맞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PC 가격이 오르고, 스마트폰이 비싸지고, 노트북 구입을 포기하게 되는 현실이다. 전체 PC 가격이 15~20% 인상되었고, Gartner는 2026년 PC 출하량이 1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LG그램 16인치 2026년형 출고가 314만원(전년 264만원 대비 19% 상승)으로 책정되었다.
가장 큰 피해는 예상대로 보급형 시장에서 발생했다. 보급형 스마트폰(도매가격 $200 이하) 기준 2026년 1분기 총 BOM 비용이 전분기 대비 25% 상승하면서, 메모리 비용이 전체 BoM의 43% 차지하게 되었다. 저가 제품이 더 이상 저가가 아닌 것이다.
2027년까지 계속된다는 게 문제다
문제는 이 상황이 곧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 DRAM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설비투자 역시 확대되고 있으나 실제 수요를 충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현물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수요가 유지되는 한 메모리 상승 사이클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며, 메모리 가격의 일부 하향 안정화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타이트한 수급 환경과 고객 대기 수요로 인해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필자의 생각
이 상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AI의 시대가 왔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 대가를 온전히 소비자가 치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와 대형 기업의 AI 투자를 위해 일반인의 전자제품 구입 비용이 5년 전보다 훨씬 올라버렸다. 디지털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아닐까.
현물가격이 하락 전환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며,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 위축과 PC·모바일 중심 전방 수요 둔화가 맞물린 영향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조용한 저항을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높은 가격이 지속되면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의 조정은 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제조사와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구조적 변화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이에게 공정한 가격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그 결정이 내년 PC와 스마트폰을 살 때의 당신의 지갑을 결정할 것이다.
기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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