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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청년 일자리 '빈손'…중동발 고용 쇼크의 불편한 진실

5월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4만 명 감소하며 성장과 고용의 괴리가 심화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제조업 일자리는 급감했고, 청년층 25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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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의 역설…'일자리 없는 성장'의 현실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했다. 이는 흥미로운 수치다. 중동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수치를 보며 불편한 진실 하나를 마주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지만, 청년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서다. 경제 성장과 고용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

제조업 일자리, 2019년 이후 최악의 위기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 줄어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 명 감소해 전월(5만 5천 명 감소)보다 감소 폭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단 한 달 사이에 악화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는 뜻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제조업 고용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특히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자동차·기계 업종에서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고용 감소 폭이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가 이를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이 실질적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최근 수출 증가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고용 비중 자체가 크지 않아 전체 취업자 증가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아우성…25만 명이 일자리를 떠나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 급감했으며, 코로나19 타격이 극에 달했던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신호다. 청년은 경제의 미래다. 15~29세 청년고용률은 43.8%로 전년 동월보다 2.4%포인트 하락했고,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세대 전체의 삶의 질 악화를 의미한다.

더 불안한 것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38만 4천 명으로 전년 대비 1만 2천 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이는 구직 의욕 상실의 신호일 수도 있다.

고용의 질까지 흔들리다

더 심각한 신호가 있다. 상용근로자는 7000명 줄어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는 안정적 고용까지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상용직 취업자 수는 7천 명 감소하며 감소 전환했는데, 고용 시장이 최악의 불황을 경험하던 시기가 아닌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부는 고용이 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비관적이다. 6월에도 고용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회복 시기와 강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는 이번 '중동발 고용 쇼크'를 단순한 외부 충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취업자 감소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나 경기 변동 같은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며, 일시적 충격이 구조적 실업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 하나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이제는 성장의 양이 아닌 성장의 질을 묻는 시간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창출된 세수와 부가가치가 내수·고용 연계 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며, 반도체에서 시작된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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