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 '3高 위기'… 반도체 산업 제외 저소득층에 먹구름
5월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3.1%로 급등했다. 중동 전쟁으로 석유류 가격이 24% 뛰면서 경유 33%, 달걀 10%, 갈치 15%가 올랐고, 국제항공료는 역대 최대 33.5% 상승했다. 물가·금리·환율 삼중고가 심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호황 외 다른 산업의 서민 생활이 팍팍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 부른 '3高의 공포'… 반도체 호황도 못 가린 서민 고통
2일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때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국내 경기가 '삼중고(三重苦)'에 빠져드는 순간이 온 것이다.
석유류 물가의 흉악한 상승률, 모든 것을 끌어내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24.2% 뛰어올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7월 33.5%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휘발유(23.1%)와 경유(33.3%)가 두드러진 상승 폭을 보였다. 주유소를 들락거리는 국민들의 지갑은 이미 상처 투성이다. 실제 두바이유는 지난해 5월 배럴당 63.7달러에서 올해 5월 103.2달러로 치솟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같은 기간 리터당 1천636원에서 2천011원으로 올랐다.
밥상을 위협하는 물가, 휴가를 망치는 항공료
달걀 가격이 오르고, 생선 가격이 뛴다. 품목별로는 쌀(13.5%), 달걀(10.2%),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 갈치(15.1%), 조기(14.6%) 등의 상승률이 컸다. 이전에 다룬 신현송 한은 총재의 첫 신호처럼 중앙은행도 물가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무엇이 더 놀라운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료까지 폭등했다. 국제유가가 반영된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라 국제항공료는 33.5%나 올랐다. 상승폭은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5월 여행수요 증가로 해외단체여행비는 26.3%, 승용차임차료(렌터카)는 25.7% 상승했다.
체감물가, 더 높이 솟구친다
통계의 숫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민들이 실제 느끼는 가격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3.3% 올랐다. 2024년 4월(3.6%)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식품이외 항목이 4.2% 오르며 식품(2.1%) 상승 폭을 크게 앞질렀다.
'성공의 비용'이 저소득층을 짓누른다
아이러니는 여기다. 한국 경제의 '성공 사례'인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호황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비용을 치르는 것은 반도체와 무관한 저소득층이다. 가공식품이나 농축수산물 같은 필수 식품에서의 가격 인상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다행히 유가 상승이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 분야로는 본격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공식품은 0.8%, 농축수산물은 2.2% 상승에 그쳤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물가, 금리, 환율의 '악의 삼각형'
더 심각한 건 물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만으로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금리와 환율이라는 또 다른 악재와 겹쳐진다. 갈 길이 명확하다는 신현송 총재의 신호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환율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물가 3%, 금리 결정 앞두고, 환율도 높다. 저소득층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정작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근원물가 외에 기대인플레이션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생활물가지수의 상승 동향을 지목하며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중앙은행도 이 문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 당국의 빠른 판단과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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