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도 막지 못한 서울 집값, 전세난이 '진짜 범인'이었다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이 실제 거주자들을 매매시장으로 몰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규제도 막지 못한 서울 집값, 전세난이 '진짜 범인'이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비웃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대출 방안', '9·7 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이어 올해 '1·29 공급 대책'까지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실거주 강화 등의 강력한 '규제 폭탄'을 집중 투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을 넘어 한강 벨트와 인근 지역까지 아파트값이 과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규제는 투기를 막았지만, 시장은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핵심은 단순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 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대출 규제로 투자 수요는 크게 위축됐지만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계속 임차로 머무르는 비용도 커졌고, 결국 실거주 수요가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 내성"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강한 규제를 도입해도 투기 목적의 수요를 투기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 부양을 위해, 결혼을 위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집을 사자"…전세난이 빌미가 되다
규제 여파로 임대 목적의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시장의 전세 매물이 급격히 말라붙었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면서 전세 수요 중 일부가 다시 매매로 돌아서며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집값까지 밀어 올리는 역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세난이 벌어졌던 2021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강북이 강남을 따라잡는다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 1~6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강북 14개구의 상승률이 6.6%로 강남 11개구(5.0%)를 웃돌았으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실수요가 먼저 확산하면서 상승폭도 더 크게 나타났다.
실수요가 가장 먼저 몰리는 곳은 중저가 시장이며, 전문가들은 상급지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확산하는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주택담보대출 활용이 가능해 실수요가 가장 두터운 가격대로 꼽혔다.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이 상황은 서울 주민들에게 이중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전 기사에서도 다룬 부동산 정책 갈등에서 보듯, 정부의 규제로 인한 구속감과 함께 계속되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박탈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남 지역 주민들은 여유가 있으니 어떻게든 집을 지키거나 매입할 수 있지만, 강북과 외곽 지역의 실거주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그동안 "규제 때문에 대출도 안 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사 가고 싶어도 집값이 자꾸만 올라 손에서 빠진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대출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책이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래깅 효과로 인해 전세난을 심화시켰다"며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심 내 아파트 공급 시그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도권 집값의 우상향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문제는 "왜 사람들이 집을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서울 부동산 양극화 심화로 인해 정주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규제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공급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자 추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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