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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트럼프의 기로, 호르무즈와 종전 사이의 '모순된 메시지'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해결 없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출구전략 없는 연설이 남긴 시장의 혼란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분석합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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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연설, 남겨진 것은 혼란뿐

지난 4월 1일 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습니다. 32일 만에 펼친 이 연설은 종전의 실마리를 던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국제시장과 동맹국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연설의 모순된 메시지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핵심 군사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2~3주 동안 더 강한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전쟁이 마무리 단계'라는 메시지와 '추가 공세' 경고가 동시에 나온 연설이었습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불명확하게 만든 거죠.

더 심각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의 회피입니다. 트럼프는 Strait of Hormuz의 통항 안전을 더 이상 미국이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이용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책임 회피 선언입니다.

동맹국을 향한 무책임한 촉구

트럼프는 동맹국을 향해 '원유를 구할 수 없는 나라들'에 경고하며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라'고 촉구했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쉬운 일들만 남았다'며 '원유 가격은 빠르게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얼마나 '쉽다'고만 생각하는 태도인가요.

필자는 여기서 위험을 느낍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NG의 80% 이상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향합니다. 호르무즈 문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나라들이 많습니다.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종전 없는 '셀프 종전' 선언의 위험성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는 작전이 당초 설정한 4~6주를 넘길 것으로 판단하고, 이란 해군력과 미사일 전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목표를 달성한 뒤 현재의 군사 충돌을 정리하고 외교적 압박을 통해 해상 교역 정상화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점입니다. 즉, 국제 물류의 동맥을 살아 있는 채로 놔두고 떠나겠다는 의미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부소장은 해협이 닫힌 상태로 작전을 끝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필자도 같은 생각입니다.

향후 일주일이 진짜 분수령

트럼프는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미 동부시간 4월 6일 월요일 저녁 8시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주일의 협상 기한이 남았다는 뜻입니다. 이 기간이 진짜 중요합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EU 정상과의 통화에서 '침략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 경우 이 전쟁을 종식시킬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 모두 종전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여전히 답 없습니다.

필자는 생각합니다. 출구전략 없는 종전 선언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미루기'에 불과합니다. 트럼프의 연설은 그것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이제 남은 건 진짜 협상이 가능한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혼란이 계속될 것인지 지켜보는 일뿐입니다.

시장도, 동맹국들도, 그리고 세계 경제도 이 일주일을 숨 죽인 채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가는 이미 오르고 있고, 증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 혼란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자명: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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