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다시 펼쳐든 '나토 패싱' 카드… 유럽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거부한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트럼프가 '겁쟁이'라고 비난하며 동맹 관계에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그때였다, 트럼프가 다시 한 번 동맹의 심장을 겨눴던 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균열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 전체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이 없다면, 나토는 종이호랑이"라고 깎아내렸고, "높은 유가에 대해서만 불평하고, 위험이 거의 없는 데도 도움을 주려 하지 않는다"면서 나토를 "겁쟁이"라고 했다.
이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70년 넘게 이어온 대서양 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동맹의 운명을 가르는 시험장
사건의 발단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중국을 향해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아무 호응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을 대놓고 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5일 나토 회원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으며, 응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나토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의 요구에 응한 유럽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고, "거의 모든 나라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강력하게 동의하고 이란이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든 핵무기를 가지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단호한 반격, "이건 우리 전쟁이 아니다"
유럽의 반응은 냉담함을 넘어 노골적인 반발로 이어졌다.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파병 요구를 공개적으로 '협박(Blackmail)'으로 규정했고, 독일은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 요구'라며 노골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고 밝히며 유럽의 거리두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먼저 공격했다는 이유에서 나토 집단방위 조항을 발동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대응을 주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 대통령과 프랑스 합참의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실명을 걸고 나선 점이다. 독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정치적으로 재앙적인 실수이자 피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비판했고, 프랑스군 참모총장 파비앙 망동은 미국이 군사 작전을 결정하면서 동맹국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사무총장마저 분열의 중심에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뤼터 사무총장이 미국이 전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이란과 핵 협상을 깨고 선제 타격을 한 것이라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고 해석된다는 점이다.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동맹국의 입장과 상반된 뉘앙스의 발언을 남기면서 유럽의 심기를 건드렸고,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진 직후 유럽 국가들은 언론 매체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럽의 각성, "미국 없는 독자 생존을 택하다"
그러나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유럽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유럽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듯 보였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유럽이 스스로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지정학적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2026년 3월, 동맹의 청구서가 날아드는 시대에 유럽은 굴욕을 견디는 대신 '독자 생존'이라는 영리한 진화를 택했다.
올리비에 쉬외르 전 나토 프랑스 대표부 외교 고문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가장 강력히 밀어준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라고 평가했고, "그는 첫 임기 때 유럽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럽 내 미국 존재감을 축소했으며,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회원국 지도자를 모욕했다"며 이 덕분에 유럽의 "국방비 지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 불과 하루 만에 유럽 전역에서 거부 의사가 쏟아졌고, 3월 17일 트럼프는 스스로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며 물러섰다. SNS를 통해 이번 요구가 '나토 테스트'였다고 사후 해명했지만, 뉴욕타임즈는 이를 꼬집어 'America First(미국 우선)'가 'America Alone(미국 홀로)'이 됐다고 직격했다.
70년 넘게 이어온 대서양 동맹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트럼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압박은 유럽으로 하여금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동맹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일방적 의존이 아닌,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관계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몇 개월이 대서양 양안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럽은 정말로 미국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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