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의 대면 협상 '극심한 이견'…미·이란, 호르무즈 통제권으로 평행선
미국과 이란이 개전 43일 만에 이슬라마바드에서 처음으로 고위급 협상을 벌였으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21시간의 마라톤 협상은 합의 없이 끝났다.
47년 만의 대면, 그 끝은 극심한 이견
역사적 순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국과 이란의 대표단이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담판에 돌입했고, 11일(현지시간)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43일 만이었다.
1979년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최고위급 회담이자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국 공식 대면 협상이었던 만큼, 양측의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세레나 호텔, '초긴장' 속의 협상장
협상장으로 선택된 곳은 외교공관과 정부 청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외교 행사 장소로, 각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인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이었다. 하지만 이 호텔은 그저 외교 무대가 아니었다. 세레나 호텔과 인근 지역은 전면 통제됐으며 일반 투숙객은 모두 퇴실 조치됐고, 주변 도로 역시 봉쇄됐으며, 인근 메리어트 호텔에도 유사한 조치가 내려졌다.
이슬라마바드 전역에는 경찰과 군 병력이 대거 배치됐고, 주요 거점마다 검문소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도시 전체가 협상을 위해 숨을 죽인 상태였다.
'호르무즈'가 협상의 절정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누가 우위를 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협상에서는 전쟁 종식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 재개,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었으며, 레바논 교전 중단과 제재·동결자금 해제, 전쟁 피해 배상 등 이란 측이 제기한 요구 사항도 중요한 논의 주제였다.
하지만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실무 논의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를 놓고 양측의 이견은 여전했다. 이란의 태도는 명확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개전 이후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고, 선박들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과 이란은 심지어 협상 중 해협 통과를 두고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국과 이란은 미군 구축함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발표하며 신경전을 벌였으며,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제거 및 안전항로 구축 작전의 일환으로 미군 구축함 2척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군 구축함 통행을 허가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으며,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본부는 "CENTCOM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에 대한 모든 통제권은 이란군에 있다"고 강조했다.
21시간의 마라톤, 그 끝은 결렬
그때였다. 이란 정부는 "파키스탄의 중재로 진행된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14시간 만에 종료됐다"며 "양측 실무팀이 현재 전문적인 문서를 교환 중"이라고 밝혔고, "일부 이견이 남아 있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협상가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과 이란이 21시간에 걸친 고위급 협상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둘러싼 양측 입장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2주간의 불안정한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나쁜 소식은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우리는 합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간다"며 "우리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미·이란, 4대 쟁점에 평화가 달렸다
협상 실패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남은 과제로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동결 자산 해제, 레바논 전선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 네 가지 쟁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중동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역사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47년의 단절을 뒤로하고 협상장에 앉은 두 나라가 극심한 이견을 좁혀낼 수 있을지, 아니면 더욱 큰 위기로 빠져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자명: 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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