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마감 95분 전 '용지 없다' 항의 전화… 노태악에 보고하는 데 55분이 걸렸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자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투표마감 40분 전에야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선거 6개월 전부터 50% 축소 인쇄 지침을 알고도 '몰랐다'고 답변했다는 점입니다.
투표마감 95분 전 '용지 없다'는 항의 전화… 떨어진 순간 알았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지방선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얼룩졌죠? 투표소를 못 다닌 유권자들, 투표를 포기한 국민들의 한숨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참담한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놓고 보니 더욱 기가 차는 일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투표지 부족이 현실이 되는 순간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투표마감 40분 전인 오후 5시 20분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처음 보고받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투표장 곳곳에서 이미 '용지가 없다'는 항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최고 책임자가 그제서야 상황을 인식했다는 뜻입니다.
더 황당한 건 보고 시간의 차이입니다. 실무 책임자인 허철훈 전 사무총장은 오후 5시 10분, 강동완 사무차장은 오후 5시 20분에 각각 첫 구두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거든요. 최초 인지와 최고 지도자 보고 사이에 약 40분이라는 시간 간격이 있었던 셈입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용지가 없다'는 신고를 받고도 1시간이 지나서야 톱에 도달했다는 게 정상 조직의 대응일까요?
"몰랐다"던 노태악, 사실은 6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터져나왔습니다. 50% 축소 인쇄 지침이 지난해 11월 24일 개최한 제15차 위원회 회의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태악은 이 회의에 참석했을까요? 네,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노 전 위원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에 처음엔 이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나중에 언론 보도가 나가자, "아, 그 안건에 포함됐네요"라며 수정 답변을 제출했죠.
절차의 부실 + 책임 회피의 악순환
상황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더 복잡해집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 내용은 42쪽 분량 중 1쪽 미만 정도였고, 해당 내용을 별건으로 보고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도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거든요.
이 말만 들으면 아, 그럼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 지침 축소의 최종 결정: 선거 6개월 전 중앙선관위 회의에서 결의됨
- 본 보고: 42쪽 자료 중 1쪽 미만이지만, 명백히 "축소 지침"이라는 내용이 포함됨
- 최고 책임자의 답변: 처음엔 "몰랐다" → 나중에 "알았는데 기억이 안 났다"로 수정
이런 식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누구 책임이 더 큰지 판단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조직 전체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국민적 피해에 대해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진상규명, 그리고 수사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투표관리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하고 압수물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주요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정확한 시점, 추가 투표용지를 요청한 경로와 함께 중앙선관위의 지침 작성·시행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인쇄 수의계약의 '고무줄 가격' 문제도 함께 터져나왔던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용지를 몇 장 덜 인쇄했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권'을 지키지 못한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 그리고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일련의 모습들이 도마에 올랐던 것입니다.
국민의 참정권을 되찾기 위해
진상규명위는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를 고려해 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관계자 12명을 수사 의뢰할 것을 중앙선관위에 권고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 국민들의 참정권은 누가 되돌려주나요? 이번 사건이 진정한 의미의 진상 규명으로 끝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투표 시간을 연장하고, 용지를 추가로 보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겁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선거는 투표용지와 유권자의 신뢰 위에 성립합니다. 그 신뢰를 한 번에 깨뜨린 이번 사태—이제 그 책임이 정확하게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혀야 할 때입니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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