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떠올려 주니 고맙습니다…최불암의 마지막 인터뷰와 45년 나눔의 삶
배우 최불암이 29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문화일보와의 생애 마지막 인터뷰부터 '금동이'로 시작한 45년의 아동 후원까지, 국민 아버지가 남긴 따뜻한 메시지를 돌아본다.
"사람이 안 보이니까 괜히 그러는 것 같아"…국민 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지난 3월 10일 위독설에 휩싸였던 배우 최불암은 문화일보를 통해 "기억하고 떠올려 주니 고맙습니다"라고 말했고, 최불암은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이는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최불암은 지난해 3월, 14년간 진행하던 KBS '한국인의 밥상'에서 돌연 하차했다. 당시 건강 악화로 인한 거동 불편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다시 한 번 대중에게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1년간 대외 활동을 삼가던 그는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뭘 그리 보고 싶냐?"며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내가 지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다소 숨이 찬 목소리로 "얼마 안 있으면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남에게 관심이 많지 않냐. 그래도 기억하고 떠올려 주니 고맙다"고 덧붙인 그의 말에는 팬들을 향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묻어났다.
대본 속 금동이에서 현실의 아이들까지…45년의 約속
67년간 배우로 살아온 최불암(본명 최영한)은 한평생 대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나눔은 '국민 아버지'라는 명성 이면에 숨겨져 있었다.
1981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입양하는 에피소드를 계기로 한국어린이재단(현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었다. 최불암은 자신이 아닌 김정수 작가의 대본이 만든 감동일 것이라 생각했고, 화면 속 아버지의 선행을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시청자들에게 미안했던 그는 한 아이를 돕기로 했다. 드라마 속 금동이에게 내민 손길은 그렇게 현실의 수많은 아이에게로 이어졌다.
1985년 전국후원회장을 맡은 뒤 40여년간 어린이들을 위한 나눔 활동을 이어왔다. 단순한 후원자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2006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2007년 에티오피아, 2008년 우간다 등 해외 어린이들을 찾아갔고, 2015년엔 케냐의 식수 지원 현장을 방문했다. 우물에서 나온 물을 아이들이 마시고 얼굴에 맞던 모습을 떠올리며 큰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나눔은 함께 비를 맞는 것"…광대의 정신
최불암은 "진정한 봉사는 비 맞고 있을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그의 45년 인생관을 압축한 말이었다. 2015년 후원회장 취임 30주년을 맞아 그는 "지난 30년의 세월은 내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나를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걸음도 그의 신념을 따랐다. 최불암은 세상을 떠나면 재단에 꼭 들러달라는 뜻을 전했고, 발인 뒤 장지로 향하기 전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에 들를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국민 아버지'로 불렸던 배우 최불암은 29일 밤 10시쯤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87세였다. 그가 남긴 건 73년간의 명작 드라마들뿐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의 가슴에 심어진 희망과 따뜻함이다.
기자 /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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