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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X'가 던진 화두: 드라마에서 역사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나

의료드라마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루자 방영 중단 청원과 악플 논란이 불거졌다. 창작의 자유와 정치화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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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경계를 넘어, 역사와 만나다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이유로 방영중단 요구와 시청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잘 나가던 드라마가 갑자기 정치 진영의 한복판에 내팽개쳐진 것 같은 상황이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논란의 중심, 역사의 아픔을 마주하다

드라마는 지난 24일 방영된 6화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다뤘으며, 주인공 '계수정'(김지원)과 동료들이 광주로 내려가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인 '오상범'(하성광)을 만나고 그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상범은 5·18 당시 헬기 사격으로 형을 잃고, 자신은 머리에 총알 파편이 박힌 채 40여 년을 살았으며, 형을 잃은 죄책감, 환영과 환청을 안고 살아가는 상범을 통해 5·18이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와 트라우마를 조명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역사의 아픔을 성실하게 담아낸 창작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불편한 정치화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드라마 하나, 정치 진영 전체를 품다

6화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9.5%를 기록했으며, 방송 직후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5·18이 엄연한 정치적 사안이라며 일본 원작에 없던 내용을 한국판에 넣은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고 주장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부분은 이것이다. 의료드라마라는 온전한 창작물이 역사의 소재를 담으면서 의도치 않게 정치의 무기가 되어버렸다는 것 말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의 삶과 국가폭력이 남긴 상처를 의미 있게 조명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는 가하면, 의학드라마에 일본 원작에는 없는 역사적·정치적 소재를 추가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반응도 적지 않다.

주연 배우까지 표적이 되다

드라마는 작품인데, 그 책임이 배우 개인에게 돌아가는 건 아닐까. 방송 이후 김지원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에는 "왜 여기서 5·18 이야기가 나오느냐", "좌파 성향 드라마에 왜 출연했느냐"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작품의 소재와 표현을 두고 비판하거나 토론할 수는 있지만, 그 책임을 출연 배우에게 돌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는(논란은) 일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이들의 주장일 뿐 대다수의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작품 출연을 이유로 배우 개인에게 사상 검증식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일종의 메카시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열린 질문으로 남겨진 것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후유증과 가족을 잃은 아픔을 극의 서사에 녹여냈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원작의 설정을 바꾸면서까지 해당 사건을 다룰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으며, 5·18의 역사적 의미와 피해자·유족의 존엄을 존중한다면서도 "문제는 이 역사적 소재를 의료 드라마에 결합한 방식이 충분히 설득력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이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드라마는 현대사를 다룰 자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책임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문화를 정치로 읽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울림으로, 누군가는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진 한 편의 드라마.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민낯이자, 함께 해결해야 할 성숙함의 과제인 것 같다.


기자명: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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