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개미 투자자의 눈치 본 정부의 ISA 개편안은 왜 실패했나
정부가 발표한 ISA 개편안과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발표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장기 절세 혜택 축소와 국내 투자 강요 논란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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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만에 무너진 정책…투자자 신뢰가 가장 큰 손실
정부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주가누르기 방지' 방안이 발표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투자 시장에 불어닥친 냉기를 고스란히 말해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문했으며,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언어는 담담하지만, 그 속엔 정책 설계의 허점을 바라보는 아픈 눈길이 묻어난다.
기존 혜택 축소, '강제 국내 투자'로 비춰진 이유
지난 3일 재정경제부는 절세 계좌인 ISA의 납입 기간, 한도 등을 정비하고,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정책의 취지는 선하였다. 국내 증시 활성화와 국민 자산 증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ISA 개편안이 청년층이 선호하던 ETF는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고, 기존 계좌의 만기를 5년으로 제한하고 이월 제도마저 폐지하면서 장기 절세 경로가 좁아졌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보면, 기존 ISA는 의무가입기간(3년)이 지나면 무제한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세금 납부를 미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신규 가입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 일반 ISA의 만기는 기본 3년에 최대 2년 연장을 더해 최장 5년으로 제한된다.
일반 ISA의 납입한도 이월도 사라진다. 이것이 개미 투자자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매년 한도를 넉넉하게 채우기 어려운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불이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공감과 신뢰, 정책 수립의 첫 번째 조건
국내 주식은 이미 매매차익이 비과세인데다 배당 성향도 낮아 실익이 적다는 평가가 나왔고,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던 국내 상장 해외 ETF는 세제 혜택에서 제외돼 투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책이 투자자의 발걸음을 묶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계좌를 추가한 것은 투자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향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기존 ISA 혜택을 약화시킨 것은 문제"라며 "5년 만기 제한은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정책 취지와 모순이 되며, 납입한도 이월 폐지 역시 매년 한도를 채우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꼬집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도 '실효성 논란'
ISA 개편만 문제가 아니다. 당초 개편안 취지는 상속·증여세를 덜기 위해 주가를 고의적으로 낮추는 정황이 적발될 경우 주식 가치를 최소 30% 이상 높게 잡아 세금을 부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특정 기간에 PBR 순위를 관리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주주 편법 승계를 막겠다던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기업들이 요건을 살짝만 비껴가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어 증시 부양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여당 내 지적이 잇따랐다.
시장을 이기는 것은 신뢰, 규제가 아니다
정책은 숫자와 조항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투자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정부가 시장을 움직이려면 규제와 강요보다는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정책 이슈를 다루어 온 관련 기사에서처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자본이 흐른다.
이 대통령 또한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수정의 신호탄이다. 이제 정부는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는 정책을 다시 그려야 한다. 나흘의 혼란 속에서 사라진 신뢰를 어떻게 되살릴지가 이번 정책 재검토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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