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신뢰의 벽이 무너지다…장윤기 사건 수사팀장 긴급체포의 의미
경찰 수사팀장이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현직 경찰인 피의자 아버지와의 유착 의혹, 핵심 증거 누락 등 총체적 부실 수사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자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 내 신뢰의 벽이 무너지다…장윤기 사건 수사팀장 긴급체포의 의미
광주경찰청이 여고생 살인사건의 수사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이 자신들의 동료를 공식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수사 미흡'을 넘어 경찰 조직 내 자정 능력이 얼마나 형편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차량에서 사라진 증거, 무엇이 있었을까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범행 직후 자신이 운전한 SUV 차량을 강변에 버리고 도주했다. 차량에는 혈흔이 묻어있고, 범행과 관련된 물품까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다.
지난 5월 장윤기가 범행을 저지를 때 사용했던 차량에서 케이블 타이가 사라졌는데, 해당 팀장은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일부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체를 묶는 데 쓸 수 있는 물건. 이것이 범행의 구체적 의도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였다면?
'아버지와의 유착' 의혹이 불러온 검증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증거 인멸만이 아니다. 수사팀은 범행 다음 날 예전에 광산경찰서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다른 경찰서 현직 경감인 장 씨 아버지에게 차를 돌려줬다는 점이다.
경찰은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 아버지와 수십 차례 통화하며 수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장윤기와 아버지가 직접 통화하도록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장 씨 집에서 훼손된 성인용 인형을 보존하지 않고, 장 씨의 아버지에게 주소와 비밀번호, 수사 상황 등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들이 현직 경찰 선배의 아들인 피의자를 '감싸려'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지점이다.
'감싸기'에서 '수사'로의 전환
사건 초기 부실 수사 의혹이 잇따르자 광주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지시로 22명 규모의 전담팀을 편성했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반부패수사 전담 인력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조직의 자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의 조치다. 국수본은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광주경찰청에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하도록 지시했다. 국수본은 "광주청 지휘라인을 배제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한다고 밝혔다. 같은 광주경찰청 내에서의 수사로는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 신뢰는 어떻게 회복되나
이번 사건을 보며 느끼는 것은 씁쓸함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통해 시민의 안전과 정의를 지키는 기관이어야 한다. 이전에 다룬 다른 수사 권한 논쟁들에서도 봤듯이, 경찰의 판단과 권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명하다.
하지만 조직의 일부가 현직 경찰관의 아들을 감싸기 위해 증거를 만지고, 아버지에게 정보를 흘리고, 핵심 물건을 사라지게 했다면? 그것은 수사 미흡을 넘어 정의 자체에 대한 배신이다.
다행인 것은 경찰 조직 자체가 이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광산경찰서 수사팀장과 장윤기 담당팀 소속 형사들은 모든 업무에서 배제됐다. 조직 내 비리를 쉽게 덮으려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다만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경찰청이 보여주려는 것은 '강도 높은 수사'일 것이다.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통해, 경찰 조직이 정말 자정할 수 있는 기관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흔들린 신뢰를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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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 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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