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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보호는 더 이상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다…제주 사건이 깨우친 부모들의 '자구책'

제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다문화 학생 투신 시도 사건 이후, 학교의 부실한 대응이 드러나면서 자녀 안전을 위해 부모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교육당국의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가정 차원의 자구책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본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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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을 살린 것은 학교가 아니라 친구들의 손이었다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기간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겪던 이주배경 학생이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또래 친구들이 팔을 붙잡아 막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의 결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의 소식을 접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교의 대응이었다. 투신 시도 사건 당시 관련 보고서나 유선 보고 접수 대장, 교육청 차원의 위기 개입 조사 및 조치 결과 등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공식 기록이 전혀 남지 않았다. 공식 기록도 없이 5개월이 지나서야 다른 학부모의 신고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계속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었다.

신뢰가 무너질 때, 부모가 나선다

2학년 2학기 때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한 A양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전학 직후부터 또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3학년 때부터는 늦은 밤 단체채팅방에 초대돼 욕설과 조롱을 당했다. 단순한 놀림을 넘어 피해 학생의 중국인 친부를 향한 모욕성 발언부터, 피해 학생과 신체가 닿으면 물이나 휴지로 닦아내는 행위, 1년가량 교실 안팎에서 피해 학생의 출신 국가를 비하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전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공통된 현실인식이 생겨났다. '학교에 우리 아이의 안전을 맡길 수 없다'는 가슴 아픈 깨달음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단체 채팅방을 더 자주 확인하기 시작했다. SNS에서 아이들의 인간관계를 모니터링하는 부모들이 늘었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위험신호를 찾기 위해, 이웃 부모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자녀 심리 상담과 정신 건강 검진을 자체적으로 챙기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가정이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은 '대화'

우리는 이전에 다룬 제주 사건처럼,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이미 너무 늦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예방'을 강조한다. 자녀와의 깊이 있는 대화가 가장 기초적인 자구책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관계의 미묘한 변화, 혹은 아이의 기분 변화—이 모든 신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의 대화가 필수다.

아이가 "오늘 학교 어땠어?"라는 질문에 "그냥 별일 없었어"라고 대답할 때, 우리는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조금 더 들어가서, 점심은 누구와 먹었는지, 요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군지, 혹은 놀림을 받은 적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학교 폭력의 신호를 읽는 법

부모가 알아야 할 위험신호는 구체적이다:

  • 학교 가는 것을 꺼려하거나 자주 아프다고 한다
  • 학교 이후 기분이 유독 가라앉아 있다
  •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면서도 알리지 않는다
  • 옷이 흐트러져 있거나 작은 상처가 자주 생긴다
  •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자주 말한다

이러한 신호들이 포착되면,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렇겠구나. 정말 힘들겠네"라며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누가 그랬어?", "어떤 상황이야?" 같은 질문으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다.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부모의 '구조적' 연대

제주 사건은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일 브리핑을 갖고 A양 및 주변 학생들에 대한 안전확보와 정서 안정 및 심리 회복, 학교 공동체 내 갈등 해결, 위기 학생 선별 검사, 인권교육 등을 담당할 '제주교육 함께 회복 지원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모들의 자구책 열풍은 교육 당국에 압력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일, 투신 시도 같은 극단적 상황이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더 강해지는 부모 공동체

한 아이의 투신 시도는 막아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추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A양과 당시 투신을 막았던 학생 중 1명은 학교폭력 신고 이후 또다시 괴롭힘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선한 행동이 추가 고통으로 돌아오는 현실이다.

가슴이 무너지는 현실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들은 더 깨어있게 되었다. 자녀 안전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이웃 부모들과의 신뢰가 쌓일 때 진정한 안전망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더 이상 "선생님이 알아서 챙길 거야"라는 순진한 기대는 없다. 그 자리에는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이 먼저 나서자"는 다짐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 사건이 깨우친 것은 비참한 현실만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부모 공동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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