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팀을 돕는 것...송범근의 아쉬운 침묵 속에 피어난 팀 수비의 성장
전북 송범근 골키퍼가 서울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맞이했지만, 경기 내내 보여준 안정적인 수비 리딩과 집중력으로 팀의 수비 개선 과정을 증명했다. 9년 만의 상암 징크스 깨진 순간 뒤의 진짜 스토리.
"실점은 아쉽지만, 우리 수비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
송범근이 말하지 않은 것들, 그리고 피어나는 성장의 신호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7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이 전북을 1-0으로 꺾었고, 클리말라가 추가시간에 극장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아쉬운 패배.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골라인 너머의 비극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서울은 지난 2017년 7월 2-1 승리 이후 약 9년, 3205일 동안 전북을 홈에서 이기지 못한 '상암 징크스'를 끝냈다.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9년의 한을 풀어낸 서울의 승리, 그리고 '전설 매치'라 불리는 라이벌전의 극적인 결말. 하지만 패자의 입장에서 이 경기를 재해석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침묵 속의 무수한 선방
선발로 나섰던 송범근은 경기 내내 서울의 위협적인 슈팅을 연이어 방어하면서 포효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그의 팔과 반사신경은 상암벌에서 여전히 건재했다. 전반 15분에는 야잔의 위협적인 발리 슈팅을 완벽하게 방어했고, 특히 정승원의 강력한 프리킥 슈팅을 막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렇다면 왜 결국 골을 허용했을까. 후반 막판 역습 과정에서 클리말라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8년 동안 유지하던 징크스가 무너졌다. 절대 약한 슈팅이 아니었다. 극장처럼 연기를 한 순간, 마지막 찰나의 미세한 스페이스에 구두가 스쳐갔다.
팀 수비는 제자리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뉴스 헤드라인에 묻힌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정정용 감독은 "울산전처럼 상대가 블록을 잡고 내려설 때의 공격 전개 패턴은 분명히 좋다. 하지만 오늘처럼 강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풀어 나오는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빌드업 과정을 통해 상대 서드 지역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진짜 성장의 신호다.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던 전북이 지금 체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송범근 혼자의 몸으로는 막을 수 없는 바이탈을 채우기 위해, 수비진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린 것은 정정용 감독이었다. 경기 후 정정용 감독은 "멀리까지 와주신 팬분들께 좋은 결과를 드리지 못해 감독으로서 죄송하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모두 감독의 책임이며 주말 경기를 다시 잘 준비해 원하는 바를 얻겠다"고 총평했다.
골키퍼는 이러한 책임감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을 것이다. 승리의 영광도, 패배의 수치도 개인의 몫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것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말이다. 송범근의 침묵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더 나은 팀의 미래를 향한 담담한 다짐이었을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송범근의 이날 경기가 그랬다. 하지만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 그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오직 마지막 한 점, 그것만이 무정하게 그의 손가락을 빠져나갔을 뿐이다. 이것이 스포츠다. 이것이 축구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일의 재시작을 다짐하게 만드는 힘이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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