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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10원 돌파, 중동 확전에 17년 만의 최고치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1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와 고유가에 원화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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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10원 돌파, 17년 만의 최고치 기록

중동 전쟁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7년여만에 장중 1510원을 돌파했다. 23일 오전 9시 42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0.3원 오른 1510.9원이다. 필자는 오늘 아침 환율 급등 소식을 접하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원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환율은 4.3원 오른 1504.9원에서 출발해 오름 폭을 급격히 키우면서 장 초반 1511.8원까지 상승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전쟁, 한국 경제에 독보적 충격

최근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다. 2026년 3월 현재,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변동성을 보이며 '고환율 뉴노멀'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단순히 환율이 오른 것이 아니라,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유독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고 중화학공업 중심인 한국 경제에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와 직결된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유가 상승이 곧바로 수입 비용 증가와 무역수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유가 국면에서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안전자산 쏠림 현상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통화인 원화를 먼저 매도하고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하고 있다. 3월 초순에만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약 13~14조 원을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자금이 신흥국 투자자금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씁쓸한 현실이다. 아직도 한국이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구조적 약세 요인들의 복합 작용

환율 급등은 중동 전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의 70%가 국민연금·개인 등의 해외투자 증가라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환율이 올랐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는 약 771조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70조원 넘게 늘었다.

결국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문제가 중동 위기와 맞물리면서 환율 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과연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고환율 지속 전망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동 변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에너지 수입 결제 수요와 외국인 자금 흐름 등 실수급 요인이 여전히 환율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필자는 현재 상황이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고환율의 뉴노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4001,500원대가 원·달러 환율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오히려 현재의 1,4001,5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새로운 기준점, 즉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민 경제 직격탄 우려

환율 급등은 결국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은 이미 시작됐고,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오른 영향으로 원화 기준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바이 유가는 1월 61.97달러에서 2월 68.40달러로 10.4% 뛰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해외 자금 유출을 막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책이 절실하다. 중동 정세가 언제 안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성을 줄이고 내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 기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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