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소법 시행 한 달, 권한은 커졌는데 경찰은 왜 한숨을 쉴까?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경찰의 책임은 대폭 증가했지만, 인력 부족과 보완수사 요구 급증으로 일선 경찰들의 업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현주소를 파헤쳐봅니다.
권한 확대의 뒤편, 경찰의 신음
언제 이렇게까지 커졌나요? 검찰 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개정 형소법 시행 한달을 맞은 1일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실무를 책임진 경찰관들은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10월 2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시작된 지 정확히 한 달.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되면서 경찰이 대부분 민생 수사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권한이 커진다는 건 책임도 커진다는 뜻이죠. 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중수청이 준비 부족 상태로 출범하면서 경찰 과부하 우려가 커졌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보완수사 요구, 어디까지 올라갈까?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보완수사 요청의 폭발적 증가입니다. 공소청의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경찰을 향한 보완수사 요구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접수된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는 8,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15건보다 약 60% 증가했습니다.
60% 증가라니요. 이건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현장 경찰관들이 마주할 현실입니다.
"이미 경찰이 진행 중인 보완수사 사건만 2만1,021건(8월 기준)에 달해 시한 내 처리가 만만치 않을 것"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로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점도 부담입니다. 변호사들도 현장 혼란을 목격했습니다. 경기남부권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경찰은 업무가 가중됐고 공소청은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듯 하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영장 기각, 공소청의 '깐깐함'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1,936건 가운데 701건(36.2%)이 공소청 단계에서 기각됐습니다.
공소청이 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자주 거부되는 상황입니다. 무언가 이상하죠?
증거 제출, '뺑뺑이'의 악순환
가장 안타까운 건 일반 시민들, 특히 피해자들의 혼란입니다. 사건 피해자들이 증거자료를 경찰과 공소청 어디에 제출해야 할지 몰라 양 기관을 왔다갔다 하는 '뺑뺑이'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가슴 아픕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진술과 의견서 등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쓸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위법증거 제출에 대한 법원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할 유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측에서는 증거자료가 첨부된 의견서와 첨부하지 않은 의견서 두 가지를 경찰과 공소청 검사에게 따로 내는 촌극도 빚어졌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행정절차의 복잡함을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반복될수록 드러나는 문제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형소법 개정에 따른 시행착오 기간 동안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나 고소인들은 수사가 지연되는 데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게 진짜 문제는 뭘까?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개정법은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며,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그러나 준비 부족이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중수청 지역청사에 이관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간절히 바라는 것들
경찰 관계자들은 "수사권 확대가 국민에게 더 나은 수사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불평이 아니라 간절한 호소입니다. 구속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제기됩니다. 경찰은 구치소 수용 피의자 조사 시 법무부 허가와 호송 인력 확보 등 절차가 복잡해져 구속기간 내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합니다.
앞으로의 과제
검찰 수사권 폐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 한 달 만에 수사 혼란과 피해자 불편, 경찰 업무 과부하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체계의 실패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개선해야 할 지점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뜻입니다.
| 주요 이슈 | 현황 | 필요한 대책 |
|---|---|---|
| 보완수사 | 60% 증가 | 경찰 인력 충원, 기간 탄력 조정 |
| 영장 기각 | 36.2% 기각률 | 경찰-공소청 사전 협의 강화 |
| 피해자 혼란 | 기관 왕복 '뺑뺑이' | 증거 제출 절차 단순화 |
| 중수청 준비 | 사건 이관 미흡 | 기관 간 업무 범위 명확화 |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는 72년간 이어진 검찰 중심의 수사 구조를 뜯어고치는 역사적 변화입니다. 검찰 수사권의 폐지와 수사·기소의 분리는 피해자 인권 보호와 피의자 권익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충분히 타당합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을 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경찰의 과부하, 피해자의 혼란, 중수청의 준비 부족—이런 문제들이 단순한 '초기 적응 과정'으로 치부되어선 안 됩니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졌습니다. 국민의 신뢰 속에서 새로운 체계가 제대로 안착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정부와 관계 기관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글 | 오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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