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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손배 판결 나왔는데도 '과실치사' 불송치? 경찰의 법적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흔들린다

해상병원 사망사고 관련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둘러싸고 민사·형사 판단의 불일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를 불송치로 종결한 것이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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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손배 판결 나왔는데도 '과실치사' 불송치? 경찰의 권한 남용은 아닐까

최근 '해상병원 사망사고'를 둘러싼 민·형사 판결의 엇갈림이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민사법원은 병원의 과실책임을 인정하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경찰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불송치'로 종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판단의 차이가 아닙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민사와 형사의 기준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법원과 경찰, 같은 사건 다른 판단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를 상대로 약 3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액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어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족 측은 재산상 손해 약 2억5000만원과 위자료 5000만원, 장례비 약 570만원 등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족 측이 해상병원 의료진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한 이후,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경찰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경찰 수사권의 경계를 묻다

필자는 이 사건의 근본적인 쟁점이 바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가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2022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경찰이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경찰은 불송치 처리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형사사건을 종료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경찰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전에 다룬 '경찰 수사 종결권'과 관련된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경찰의 권한이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민사법원이 명확하게 과실책임을 인정했는데, 형사에서 불송치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면, 이는 피해자 구제의 공백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검찰의 견제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문제에 대한 검찰의 통제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찰이 검찰에 불송치 의견으로 기록을 보낸 사건 총 54만5509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1만4243건으로 2.61%에 불과했으며, 3%선이 처음으로 무너졌습니다. 이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이 거의 재점검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검사는 최대 90일간 경찰이 보낸 종이기록만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수사 없이는 경찰의 판단을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경찰의 1차 판단이 사실상 최종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보호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필자는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를 분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사법원은 사실에 기반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실제로 병원의 과실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형사에서는 왜 불송치일까요?

의료사고의 경우 민사 기준과 형사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형사는 더 높은 입증 수준(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민사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형사에서 피의자 처벌의 문을 닫혀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정의가 불완전하게 구현되는 것 아닐까요?

결론: 균형잡힌 권한 행사를 촉구합니다

경찰의 수사권 강화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강화된 권한에는 더욱 높은 책임감이 따라야 합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할 때는 단순히 기록을 검토하는 수준이 아닌, 충분한 수사를 토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동시에 검찰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감시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2.61%의 재수사요청 비율은 너무나 낮습니다.

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민사와 형사의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이중으로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해상병원 사건이 우리 사법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경고등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자명: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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