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메모리가 AI 서버를 지배하다…삼성·SK하이닉스의 '소캠2 전쟁'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메모리가 AI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진화했다. SK하이닉스가 소캠2를 양산하며 HBM을 넘어 새로운 AI 메모리 시대를 열고 있다.
스마트폰 D램이 AI 서버의 핵심이 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스마트폰의 배터리 절약 모드. 그 기술이 이제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AI 시스템의 심장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일,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기반의 LPDDR5X 저전력 D램을 탑재한 차세대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2' 192GB 제품의 본격 양산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곧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만큼 AI 메모리 모듈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번 발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AI 기술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학습에서 추론으로, 메모리 전쟁의 판이 바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메모리 시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절대적이었다. Chat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초고속 연산 속도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학습 중심에서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하는 추론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저전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AI가 이미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론을 내리는 과정인 '추론'이 중요해진 것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연산하는 학습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사용하는 전력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전력으로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야 했던 AI업체들은 전력 소모가 낮으면서 효율이 뛰어난 메모리가 절실했다.
그렇다면 소캠2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가.
스마트폰 기술이 서버로 진화하다
소캠2는 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에 사용되던 저전력 D램인 LPDDR을 서버용으로 변형한 모듈이다. 음악 재생 시간을 늘려주던 저전력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거대한 AI 연산을 돕는 부품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 소캠2 제품은 기존 서버용 메모리 규격인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 대비 2배 이상의 대역폭과 75% 이상 개선된 에너지 효율을 실현한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혁신하는 수준이다.
HBM을 보완하는 AI 메모리의 새로운 계층
흥미로운 점은 소캠2가 HBM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HBM은 초고대역폭을 제공하지만 용량·비용·발열 측면에서 부담이 있고, DDR5 RDIMM은 대용량 구성에는 유리하지만 대역폭과 전력 효율에서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모바일용 저전력 메모리인 LPDDR을 서버용 모듈로 재구성한 SOCAMM 계열을 내세웠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만으로는 완성된 음악을 연주할 수 없듯이, AI 서버도 이제 다층적인 메모리 구조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소캠2가 확산될 경우,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프리미엄 고성능 연산을 담당하고 소캠2는 AI 인프라의 총소유비용(TCO) 최적화를 책임지는 역할 분담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분석한다.
엔비디아와의 운명적 만남
이번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 루빈' 플랫폼에 최적화돼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업체를 동시에 경쟁시키며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엔비디아 협력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차별성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다음 세대 AI 인프라 표준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이다.
한국 반도체의 새로운 기회
삼성전자가 소캠2 공급 수요의 약 50%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뒤를 잇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역사적 실적은 이러한 AI 메모리 수요 급증을 반영하고 있다.
HBM 시장에 이어 소캠2가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이 전 세계 AI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뭉클해진다. 스마트폰에서 시작한 저전력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성장한 것이다.
SK하이닉스 김주선 AI Infra 사장(CMO, Chief Marketing Officer)은 "SOCAMM2 192GB 제품 공급으로 AI 메모리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며, "글로벌 AI 고객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AI 메모리 설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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