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핵포기 등 15개 사항 합의"...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제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생산적 대화를 통해 주요 쟁점에서 합의에 가까운 상태라고 발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과 이란이 공동 관리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48시간 최후통첩에서 협상으로, 급반전된 중동 정세
그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 내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전격 보류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반전이었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며 내걸었던 '48시간 최후통첩' 시한 종료를 약 12시간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세계가 숨죽여 지켜본 12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7시44분경(한국시간 22일 오전 8시44분) 이란을 향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던 가운데, 전쟁 확산의 위기가 협상 테이블로 급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이란은 지난 이틀 동안 중동 내 적대 행위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해결에 관해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합의 가까운 상태"
그는 "우리는 매우 강도 높은 협상을 진행했고 주요 쟁점에서 상당한 합의가 있다"며 "거의 모든 사안에서 합의에 가까운 상태"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도 하나씩 윤곽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주도하고 있으며, 양측은 전날 늦은 시간까지 접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에서도 "존경받는 고위 인사(top person)"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 추진 불가와 우라늄 농축 금지, 나탄즈와 포르도, 이스파한 핵시설 해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심분리기 관련 장비 생산에 대한 외부 감시와 미사일 상한을 천 기로 제한하는 군축 협약, 헤즈볼라와 후티, 하마스 등 대리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미국-이란 공동 관리 제안
가장 놀라운 발언은 따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호르무즈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며 이 해협은 "아마도 나와 이란의 아야톨라(최고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곧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전쟁 시작 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전략적 요충지의 공동 관리 제안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시장의 격렬한 반응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금융시장은 급격하게 반응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달러 부근에서 배럴당 96달러까지 수직낙하했다.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 선물 역시 하락에서 1% 넘는 급등세로 돌아서며 상승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발언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2달러 수준에서 96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이후 100달러 안팎으로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불확실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일 안에 전쟁 끝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폭스비즈니스 전화 인터뷰에서 "22일 밤에도 이란과 회담이 있었다"며 "이란은 합의를 간절히 원하며 합의가 5일 이내, 혹은 그보다 더 빨리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내가 전화한게 아니라 그들이 전화했다"며 "(그들도)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협상할 의향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이란도 "합의를 이루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미국과 이란이 조만간 전화 통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엇갈린 반응
하지만 이란 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미국과의 직·간접 접촉은 없었다"고 보도하며 협상 자체를 부인했고, 정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의 눈으로 보면, 이런 외교적 줄다리기는 새로울 것이 없다. 공개적으로는 부인하면서도 뒤에서는 접촉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다.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금을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위기로 보고 에너지 시장 회복에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호주 캔버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1970년대 2차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합친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실한 해결책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뿐"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이 협상의 귀추를 주목하는 이유다.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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