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8 min read

트럼프 '이란 석유·가스 선물 받았다' 주장에 이란 '가짜뉴스' 맞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관련 석유·가스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이 즉각 가짜뉴스라며 정면 반박했다.

박상훈기자
공유

트럼프의 '석유 선물' 주장과 이란의 강력 반박

그때였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 선서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발표한 내용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으로부터 매우 큰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석유, 가스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엄청난 금액의 가치가 있는 매우 큰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과의 관련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해류, 해협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정권 교체' 언급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지도부를 모두 죽였다. 이제 우리는 (이란에서) 새로운 집단을 갖게 됐다"며 "우리는 (이란의) 한 집단의 사람들과 상대하고 있으며, 그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즉각적인 반박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한 적이 없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가짜 뉴스이며, 위기에 빠진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도 "최근 며칠간 몇몇 우호 국가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도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진실 공방 속 숨겨진 의도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란 고위 인사와 대화를 했다고 말해 이란 내 남은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 의심과 불신을 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자들이 은신 중으로 서로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하지 않은 이란 지도층과 대화를 했다고 함으로써 내부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안정시켜서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지 진실하게 지금 대화를 우리랑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란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48시간 안에 이란 발전소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이란과의 협상을 시작했다면서 예고한 공격을 닷새간 연기했다.

이란은 3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흐름이 멈췄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금을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위기로 보고 "1970년대 2차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합친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격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금융시장은 급격하게 반응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달러 부근에서 배럴당 96달러까지 수직낙하했다.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 선물 역시 하락에서 1% 넘는 급등세로 돌아서며 상승 출발을 예고했다.

미래를 향한 복잡한 계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과 군사 압박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로이터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6%로 재집권 뒤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제안에 대해 이란이 함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면 협상이 이뤄지면 유력한 협상 파트너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을 암살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제시한 종전 조건인 공격 재발 방지 약속과 전쟁 배상금은 현 상황에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동 정세 분석가들은 "양측 모두 협상 의지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진실 공방은 불필요하다"며 "5일 후 상황은 전면 확전이거나 암묵적 휴전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외교적 대립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진실을 둘러싼 정보 전쟁이 실제 전쟁만큼이나 치열하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선물' 발언이 실제 협상의 결과인지, 아니면 시장 조작을 위한 전략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기자 박상훈

loading...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