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증거인가, 우연의 일치인가…'쌍둥이 득표' 논란 속 통계학의 목소리
6·3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의 동일한 득표 현상이 부정선거 의혹을 낳았지만, 통계학자들은 수학적으로 가능한 우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선관위의 부실 관리가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정선거 증거인가, 우연의 일치인가…'쌍둥이 득표' 논란 속 통계학의 목소리
6·3 지방선거 인천과 전남광주 일부 지역 광역단체장 관내 사전투표 개표에서 이른바 '쌍둥이 득표'가 나온 데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한두 곳이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 후보들의 득표 숫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온라인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언뜻 봤을 땐 '불가능할 것 같은' 현상이다.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의 관내 사전투표 결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30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1440표를 똑같이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일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6·3 지방선거 시도지사선거에서 서로 다른 개표단위에서 후보 2명의 득표수가 동시에 일치한 이른바 '쌍둥이 득표' 사례가 869건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9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21건, 전남 210건, 전북 117건 순이었다.
통계학자들의 반박: '수학적으로 가능한 우연'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측에서는 이를 조작의 증거로 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유 후보와 박 후보의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은 5억9000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는 매우 드문 일처럼 보이더라도 수학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득표수가 적은 구간에서 이런 사례가 나올 여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전체 맥락'에 있다. 인천시선관위는 "상세 내역을 보면 전체 투표자수와 나머지 표수는 모두 다르다"고 밝혔고, 실제로 송도1동과 2동에서 이기붕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수는 각각 61표와 47표로 차이가 있었으며, 무효표와 기권표 역시 두 동에서 차이가 있었다.
선관위의 부실이 낳은 불신
필자는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통계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라 하더라도, 왜 이렇게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쌍둥이 득표 논란이 부정선거론으로 확산한 것은 선관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입을 모았으며, 그간 누적된 부실 관리가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신뢰의 위기는 통계로 설명할 수 없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유권자들이 선관위의 설명을 온전히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관위는 당초 투표용지 부족 발생 투표소를 50곳으로 파악했지만 이후 전국 91곳으로 정정했다. 이러한 오류들이 쌓이면서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하는 의심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
'쌍둥이 득표'는 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주의 선거는 숫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선거는 국민의 신뢰 위에서 성립하는 제도다. 아무리 통계적으로 타당한 설명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신뢰가 무너져 있다면 의미가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선관위는 더욱 투명하고 정밀한 선거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교훈 삼아, 국민이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의혹의 소지를 줄이는 것, 그것이 선관위의 첫 번째 책임이 아닐까.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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