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당근'도 소용없다...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고집
미국이 이란의 동결자금 해제를 제안했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방침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양국의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못 보면 결정도 못 한다...이란의 강공 외교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한 간접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의 통행료 계획 철회를 조건으로 동결자금 일부를 우선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중재국을 통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주장을 철회하고 통행료 부과 계획을 포기하면 해외에 동결된 자금 가운데 수십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다. 미국의 말 그대로라면 이는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이득이다.
그런데 이란은 한발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은 내 것
실무협상을 이끈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도하 회담을 마친 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의 지휘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입장 발표가 아니다. 이란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더욱 명확했다.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무상 통항은 오직 60일 동안만 허용된다"고 말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은 이란과 오만에 있으며,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협의를 거치기는 하나 해협 통항은 전적으로 이란이 결정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60일 후는 어떻게 되는가. 이란은 8월 중순부터 통행료를 부과하고 해협 통항은 자국이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돈으로 계산하면 협상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상 물류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협상의 실패가 직접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일 기준 하루 43척으로 일주일 전 75척에서 크게 줄었고, 전쟁 이전에는 하루 100척 이상이 이 해협을 이용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통상의 동맥이 마비된 상태다. 이전에 다룬 내용처럼,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양국의 협상 테이블을 넘어 전 세계 해운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란이 내걸 수 없는 것
이란의 강경 자세에는 경제적 현실이 있다. 이란은 종전 MOU에 따라 현재 60일간은 통행료를 면제하지만 이후에는 해상 안전 서비스 명목의 이용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란이 연간 최대 400억달러(약 55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수익원을 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내려놓을 나라는 없다. 특히 관련된 이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구체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어낸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란군을 총괄하는 하탐 알 안비야 중앙사령부도 성명을 통해 "지정된 항로를 벗어나거나 항행 규정을 위반하는 선박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은 계속된다. 하지만 이란의 입장은 명확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자명: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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