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묻는다면? 한국 형사재판의 과제를 들여다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진술권의 한계와 피해자가 직접 심문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재판의 정당성과 피고인 방어권 사이의 균형을 모색한다.
법정의 목소리: 피해자 심문권을 둘러싼 재판 개혁의 쟁점
형사 재판은 검사와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질문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형사피해자가 법률에 따라 재판에서 직접 범죄피해 정도 및 결과, 가해자 처벌에 대한 의견 등을 진술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을 직접 심문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현행 한국 형사재판의 현실이다.
현행법의 한계: 피해자 진술권은 있지만 심문권은 없다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진술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진술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지, 그 의견이 반영되는지 등이 경찰과 검사, 판사 재량에 달리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법 규정이 실제로는 '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하고, 피해자는 법정에서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피해자는 증인으로만 참여할 수 있고, 피고인을 직접 심문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일반인 증인도 아닌, '당사자인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피고인 심문과 피해자 심문: 누가 피고인에게 질문하는가
검사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 종료 후에 순차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 검사는 공식 기소자로서, 변호인은 피고인 대리인으로서 피고인을 신문한다.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다. 재판부도 중립적 입장에서 피고인에게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기서 빠진다. 법 구조상 피해자가 피고인을 직접 심문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피해자의 진술권은 인정되지만, 그것은 "내 피해를 말할 권리"일 뿐이다. "당신은 왜 그랬습니까?"라고 피고인에게 직접 묻는 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법제도 개선의 과제: 균형 잡힌 재판 구조 모색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와 모순될 수 있고 또한 이를 무제한하게 허용할 때에는 신속한 재판의 이념에 반함은 물론 피해자의 개인적 감정에 의하여 재판이 좌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재판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우려하는 관점이다.
다른 쪽에서는 피해자의 권리 강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재판정에서 내내 머리 한 켠을 떠나지 않는 것이 피해자의 존재 그 자체라는 지적처럼, 현행 구조가 범죄의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를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형사 재판의 정당성을 어디에 두는가"이다.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판단 결정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도 자신의 목소리를 법정에서 완전히 내릴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할 것인가. 한국 형사법은 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중이다.
결론: 합리적 보완의 필요성
현행 제도에서 피해자가 수사절차에서 진술하였다는 이유로 진술을 제한할 수는 없다. 재판부도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직접 심문'이라는 기회의 문이 완전히 열려있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재판이 되려면, 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존중하면서도 피해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왜 그랬습니까?"라는 피해자의 질문이 법정에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하는 일은, 형사 재판을 더욱 투명하고 정당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기자명: 추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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