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평론가 리뷰까지 논란의 중심…'사실과 극화의 경계' 갈등 심화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단순한 영화 논란을 넘어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까지 여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과거 비평 기준과의 일관성 논란을 중심으로 온라인 갑론을박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화면의 역사, 평론의 기준을 흔들다
추석 극장가를 완전히 장악한 영화가 있다.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해 2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57만명을 기록했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한 이 작품이다.
하지만 흥행의 뒤편에서 꾸준히 커져온 논란이 있다. 그때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론가의 발언이 불똥이 되다
이동진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 올린 '암살자(들)' 리뷰 영상에서 영화 속 총성 횟수와 수사 당국의 공식 발표 총탄 수 간의 차이를 짚으며, 작품이 관객을 향해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고, 단일한 결론을 확정해 선언하지 않는 방식을 영화의 장점으로 꼬집었다. 유튜브 영상에는 약 5천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영화도 난장판이고 그걸 보는 이동진도 내로남불이다" "가해 측이 이미 사과까지 한 사건인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편향된 평가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리며 불만이 과열되었다. 핵심은 일관성이었다.
"과거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닌가"
온라인 여론이 지적한 부분은 예리했다. 이동진은 과거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의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 실화를 다룬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평론하며, 다큐멘터리 형식 속 재연 장면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연출된 점을 두고 "정치적 영화로서 강력한 무기지만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과거에는 사실과 극화의 경계를 엄격히 짚더니, 이번에는 역사적 의혹을 재연한 방식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감독까지 나서게 되었다.
감독의 입장, 그리고 정치권의 목소리
허진호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까지 뻗어나간 의혹은 저로선 생각도 못한 영역"이라며 "정치 공방을 떠나 진실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참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이냐"고 비판했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꼬집었다.
사실과 창작 사이의 거리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사실과 극화의 경계'를 바라보는 이동진의 비평 기준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시의 의문과 기록을 극화해 풀어냈다.
결국 이 논란은 단순한 영화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개봉 첫날 13만 명 동원한 '암살자(들)', 추석 극장가 강타하다에서도 보았듯이 이 영화는 단순히 극장가의 이슈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실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누가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 추석 극장가의 새로운 강자, '암살자(들)' 개봉 4일 만에 105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 소식 뒤에 숨어있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갈등이다.
기자명: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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