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장관 배우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암살자(들)' 논란, 법 집행 단계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 집회와 불매운동으로 확산되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찰에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안전 사이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갈등.
문체부 장관 "배우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암살자(들)' 논란 법으로 단속 나선다
갈등의 확산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일본과의 외교 관계 등을 근거로 중앙정보부 '윗선'이 배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내놓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영화평으로 끝날 법했던 논쟁이 그때였다—현실 속 갈등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영화 자체를 넘었습니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지난 1일 배우 유해진의 자택 주소지에 집회 신고를 마쳤으며, 시위 명칭은 '유해진 규탄 및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으로 명시되었고 집회 기간은 오는 3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신고 인원은 20명 규모이지만 방송 차량 2대와 간이 무대, 대형 음향 장비 등이 동원 목록에 포함되었으며, 게시물에 첨부된 유해진의 자택 추정 건물 사진 속에 도로명 주소 번호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신변 위협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배우가 광고 모델로 활동한 기업들까지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유해진이 출연한 버거킹과 키움증권 광고 영상에는 항의성 댓글과 모델 교체 요구가 잇따랐고, 두 회사는 해당 영상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습니다.
정부의 개입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히 요청했다"며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비판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선을 명확히 했습니다. 최 장관은 "영화가 다룬 역사적 해석이나 시각에 대해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면서도 "그 비판이 도를 넘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개인의 일상을 침해하며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정부가 문화예술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강조했습니다. 최 장관은 "작품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며 "작품에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는 상영 이후 민사상 소송이나 형사적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화계와 배우 측의 대응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내고 "소속 배우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 악의적인 인신공격은 물론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아티스트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영화 '암살자(들)'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논란처럼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9개 단체가 참여한 영화인연대는 성명을 통해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계되는 선례
이 사건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역사 해석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 자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안전과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최휘영 장관의 발언은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법적 차원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비판과 위협 사이의 경계선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과 개인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한 편의 영화가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법과 민주주의의 경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리라는 점입니다.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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