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에 국제유가는 ↑, 뉴욕 증시는 ↓…투자자의 딜레마
미·이란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상승하면서 뉴욕 증시가 동시 하락했다. 고금리 우려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중동 긴장이 만든 '자산군 역주행'…뉴욕 증시와 유가의 외로운 길
요즈음 금융시장에 이상한 신호가 켜졌다. 보통 뉴욕 증시가 떨어질 때 기대하던 '안전자산' 급등도 아니고, 유가가 오를 때의 긍정적 신호도 아닌—단순히 둘 다 겹친 불안감만 남았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다우지수가 0.51%, S&P 500이 0.52%, 나스닥 종합지수가 0.32% 하락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다시 뜨거워지다
문제의 진원지는 중동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대신 60일 동안 협상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해당 합의가 17일 만료됐다. 협상의 재개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거래량의 3분의 1가 지나는 생명선이다. 이곳이 '막혔다'는 신호는 곧 에너지 공급 차질, 그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직결된다. 필자는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으려면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유가는 올랐는데, 증시는 떨어지는 이유
17일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7% 오른 배럴당 90.8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2.6% 상승한 배럴당 84.5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중동 불안이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런데 역설이 생겼다. 통상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유가 상승이, 이번엔 기술주 중심의 지표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동 긴장이 유가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장기 국채 금리를 떠받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인플레이션 우려, 기술주의 발목을 잡다
쉽게 말해, 유가 상승은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안고 온다. 첫째는 물가 상승 재점화 가능성이다. 투자자들은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물가도 다시 오르는 것 아닐까"를 걱정했고,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어, 미래 성장 기대가 큰 기술주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둘째는 금리 부담의 장기화다. 미·이란 협상 교착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회복한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정책은 더욱 멀어 보인다. 고금리 환경이 계속되면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들은 그만큼 매력을 잃는다.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필자는 시장이 보내는 신호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중동 긴장의 해결 없이는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금리도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단기적 주가 변동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이 시점에서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말 개방될까?" 그리고 "개방된다면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 두 질문이 답해지지 않는 한, 뉴욕 증시와 유가의 외로운 '역주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단기 변동성 속에서도 신호를 숨기지 않는다. 지금 그 신호는 명확하다: 중동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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